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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주경야독의 꿈: 현실은 불량학생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 읽기

by 적일행 2023. 8. 26.

이 글 역시 LLM 시작하자마자 쓰려고 글 제목까지 정해두고 저장해뒀는데, 역시나 쓰지 않았다. 생존을 위하여 처리해야하는 일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다른 생산적인 딴일을 해보자...이게 평소 과로한다고 생각하는 근원적 원인 아니냐며

 

예전에 다른 변호사님들과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 읽기 + 한국법과의 차이점 공부하는 스터디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정말 하나 읽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우리가 읽었던 판례들이 시대적으로 문제된 것들이다 보니까 상당히 어렵고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미국 사회 context를 잘 모르기도 하니까...). 이때 미국 판례를 처음 접한 것인데, 그때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LLM 시작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그 감정은 매번 여전했다. 일단 정형화된(?) 문구가 자주 등장하는 한국 법원과 다르게 법관들마다 확연히 다른 글쓰기 스타일. 영어를 아예 잘했으면 좋았을텐데, 애매하게 하다보니 애매하게 다른건 알겠는데 뭐가 다른건지 느껴지지 않는 상태. 정말 어려운 단어를 많이 쓰는(ㅠㅠ) 판례들도 있었다. 단어 하나 하나가 무슨 단언지 나는 모르겠소... 생각해보면 우리도 법률가들이 쓰는 언어는 일상어와 좀 괴리되어 있으니 대법원 판례에서 내가 모르는 단어 찾기는 참으로 쉬운일이다. 다음으로는 갑자기 영국(?!)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역사와 전통 찾기(흔한 일은 아니고 몇몇 판례에 있었다). 어디서 끊어 읽는지 잘 와닿지 않는 구조. 게다가 법의 체계가 잘 와닿지 않으니 (이들의 소송 절차를 전혀 모르고, 처음 LLM 시작할 때만 해도 연방제에 대한 이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당연히 공부도 잘 되지 않았다. LLM 시작할 때는 ZeroL을 다 듣고 좀 공부하고 가야지 했으나 그 결심은 노는 것에 너무 쉽게 패배했지.

 

 

첫 학기에는 판례를 읽을 때마다 띠용~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더라. 

 

1. 판례 원문 읽기 전에 google에서 Summary/outline를 찾아본다. 개인적으로 lexisnexis에서 주는 Summary는 내가 원하는 방향의 Summary가 아닌 경우가 많았고 (뭔가 써머리가 더 눈에 안들어오는 느낌) Oyez나 Quimbee에서 찾은 것들은 대체로 좋았다. 유명하지 않은 판결은 사실 없는 경우도 많아서, 매번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전체적인 구조를 알고 판례를 읽으면 읽을 때 덜 힘이 든다. 약간 방론적으로? 혹은 길게 설시한 부분 중에 역사적 논증을 위하여 긴 부분은 조금 설렁설렁 읽으면 되고 아닌 부분은 힘을 주어서 읽으면 되니까... (사실 이것도 다분히 자의적인데, 시간이 없으므로 별 수가 없다). 

 

2. 판례 원문에서 "책갈피"를 꽂을 곳을 찾는다. 

 

ABA에서 나온 이 글이 책갈피 꽂을 곳에 대한 감을 잡게 해준다.

https://www.americanbar.org/groups/public_education/publications/teaching-legal-docs/how-to-read-a-u-s-supreme-court-opinion/

 

How to Read a U.S. Supreme Court Opinion

Reading a U.S. Supreme Court opinion can be intimidating. The average opinion includes 4,751 words, and is one of approximately 75 issued each year. It might be reassuring, however, to know that opinions contain similar parts and tend to follow a simi­lar

www.americanbar.org

 

내가 가장 먼저 책갈피를 꽂는 곳은 "Justice XXX dissented"와 같이 각 법관의 의견이 밝혀진 부분. 이 부분에 별도로 bold가 되어 있거나 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나는 각기 다른 형광펜으로 이 부분을 가장 먼저 칠하곤 했다. 다수의견, 반대의견 이렇게 끝이 아니라 다수의견, 다수의견에 동조하는데 논거는 다른 의견, 다수의견에 동조하는데 논거를 더하고 싶은 의견, 다수의견에 동조하는데 일부만 반대하는 의견, 반대하는 의견 등등 의견의 종류가 매우 매우 다양한 variation으로 나타난다. 어느 판사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어느 정도로 다종다양한 의견을 냈는지 확인한다. 새로운 의견이 나올 때마다 Justice XXX이 나오기 때문에 끊어 읽고 한 템포 쉬는 용도로 많이 사용했다. 보통 OOO 판사가 이런 의견이고, 다른 XXX 판사가 여기 join한다는 문장이 들어가는데 그럼 그 부분은 ooo과 xxx 모두의 의견이 된다. 의견의 종류에 관해서는 아래 글. 

 

https://supreme.justia.com/reading-supreme-court-decision/

 

Supreme Court Reading Supreme Court Decision

 

supreme.justia.com

 

3. 이렇게 각 판사(?)별로 의견을 나눠놓고 보면 그 안에서 하나의 완결된 글이 보통 있다. 

 

다수의견에서는 사실관계를 설명한 부분 - 법리를 설명한 부분으로 나뉜다. 친절한 경우에는 기존 판례법리에 대해서 좀 풀어써주고 판례를 인용하기도 하는데,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인지 어떤 부분에서는 설명 없이 이 사건에서는 이랬다고만 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사실관계에 해당하는 부분 (보통 I, II, III과 같은 식으로 어떤 식이든 구별이 되긴 하는듯)을 먼저 표시하고 법리와 그 적용에 관한 부분을 나눈다.

- 누가 쓴 글이라는 것이 문장 안에 명시가 된다(한국도 주심이 있으므로 누가 주로 썼을지 물론 알 수 있다. 미국 판결은 좀 더 직접적으로 누가 쓴 의견이라고 밝히고 시작하는듯). 간혹 아주 민감한 의견의 경우 (정말 드문 경우인듯) 누가 쓴 글인지 밝히지 않는 것도 있었는데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 사실관계에서는 정말 "사실"에 해당하는 부분 외에도 이 사건이 어느 법원에 갔다가 어떤 절차로 우리에게 오게 되었는지도 서술한다.

- 법리 부분은 판사마다 쓰는 스타일이 다른 것 같긴 한데, 대체로 사실관계랑 관련된 "법리"가 이제까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구체적인 내용으로 형성되었는지 논의하고 해당 사안에 적용하는 부분으로 나아간다. 이래서 다르다, 이래서 같다 등등.

결국 사실과 법리 부분을 나누고 나면 결국 그 다음에는 한국 판례 읽는 법이랑 결국 비슷하다. 

 

다수의견이 아닌 의견은 보통 첫 문장에 이런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우리는 논리가 다르다, 우리는 아예 반대한다 이걸 명시하고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기 때문에 다수의견을 먼저 읽은 다음 읽어야 함.

 

 

처음에 헤맬 때 가이드를 받았던 글은 아래 논문(?).  How to red a legal opinion - A guide for New Law students. 나도 New law students와 다를 바가 없으니 처음 읽었을 때 대략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목차 I.과 II. 정도만 보면 충분한듯.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1160925 

 

How to Read a Legal Opinion: A Guide for New Law Students

16 Pages Posted: 16 Jul 2008 Last revised: 9 Mar 2018 Abstract This essay is designed to help new law students prepare for the first few weeks of class. It explains what judicial opinions are, how they are structured, and what law students should look for

papers.ssrn.com

 

I. What is a leagl Opinion?

판결에서 ruling(주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음 내맘대로)에 관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legal opinion이다.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법 원칙을 논의하며 사실관계에 법 원칙을 적용한다. 

요 목차에서 저자는 caption (미국 판결에서 보통 Jone v. Smith와 같이 쓰는 부분), case citation(후 논문은 썼지만 아직도 잘 못함), the author of the opinion, the fact of the case, the law of the case, concurring/dissenting opinion이라는 구조를 설명해준다. 

 

II. Common Legal Terms found in Opinions

목차에서부터 드러나듯이 법률 의견에 자주 쓰이는 용어의 의미를 설명한 챕터이다. 민사에서의 원고(plaintiff)와 피고(defendant), 형사에서의 피고인(defendant) 개념과 같이 아주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해준다. 

 

처음 한국 법을 배울 때 피고와 피고인도 구별하지 못했던 나를 생각하면, 여기서 도움 받는 사람도 분명 꽤 있겠다 싶다. 

 

III. What you need to learn from reading a case

학과 공부를 할 때 판례에서 무엇을 읽어내야하는지에 관한 챕터이다. 사실관계 확인하고 법리를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분절하여 설명해두었다. 

 

IV. Why do law professors use the case method

왜 판례를 공부하는지에 관한 내용. 기존 법조인이라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