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기소개서가 너무 싫어요ㅠ_ ㅠ
나는 자기소개서를 정말 싫어한다. 취업한 다음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자기소개서를 더 이상 쓸일이 없다는 것, 그리고 경력직 이직에 자기소개서가 필요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우와!!). 예전에 로펌에 인턴/입사할 때 내는 자기소개서도 사람들 중에는 로펌별 맞춤형으로 딱딱 정리해서 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로펌마다 좋아하는 인재상이 있다), 여러개 로펌에 각기 다른 자소서 낼 자신이 없던 나는 그냥 범용으로 돌려서 냈다(취업한 것이 용하다). 로스쿨 갈 때 자기소개서도 진짜 꾸역꾸역 썼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늘 잘 모르겠고, 어떤 방향성으로 써야 하는지 감이 잘 안잡혀서 맨날 자소서가 들쑥 날쑥 방향성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나 스스로 왜 LLM을 가고 싶은지 발전적인 측면에서는 좀 납득이 안된 면도 있고(저는 그냥 갭이어 가지고 싶어요), 그리고 내 경력을 내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몇년을 그냥 주어진 일을 이것저것하면서 지내다보니까 내가 뭐가 전문성이 있는지 도통 모르겠고 전문성이 없다는 생각이 나를 잠식한지 꽤 되었다. 이런 태도는 나의 자소서에서도 나타나서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정말 키보드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쓰기가 어려웠다.
영어로 직접 글을 쓰고 수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ㅠㅠ) 나는 정말 계속 미루고 미루고 회피본능 쩔어서 막바지에 준비하느라 한달 안에 이 자소서 1개를 완성하는 것이 너무나도 벅찼기 때문에 조금 종류가 다른 자소서를 요하는 학교 한 군데만 따로 썼고, 나머지는 다 범용 자소서로 그냥 돌렸다. 사실 정석적으로 준비하면 학교별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쓰긴 해야 하고, 내가 학수고대하였으나 다음 편이 올라오지 않은 이 티스토리 글에서도 지원학교별로 따로 쓰신 듯한 기세를 보여주셨다.
자기소개서 Sample을 긁어 모으기
선배 변호사님들 몇몇분께서 정말 흔쾌히 본인이 합격한 학교의 자기소개서를 먼저 보내주셔서 그걸 가장 먼저 참고했다.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넣으려고 애쓴 흔적이 느껴졌다. 나에게 자기소개서를 보내주신 선배님들의 업무 분야가 나랑 너무 달라서, 대충 이런거구나 - 하고 참고만 했다.
다음으로 마찬가지로 구글에서 law school personal statement로 넣고 자기소개서들을 찾아냈다. 이것도 JD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라서 꼭 나랑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많은 참고 사항이 되었다.
JD 샘플
https://bemoacademicconsulting.com/blog/sample-law-school-personal-statement-and-tips
Personal Statement 쓸 때 염두에 둘 사항
LLM Statement 모음. 이 분은 LLM 지원서를 대신 작성해주는가 싶기도 한데(그러면 안된다) 문장이나 표현들이 LLM에서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지를 볼 수가 있어서 몇개 Sample로 봤다. 다만 대부분 인권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많이는 참고를 못함.
https://lawschoolpersonalstatementhelp.com/
LLM 샘플 essay 10개 모아 놓은 책. 이건 좀 다양한 상황이 나와 있어서 보면서 대략 컨셉을 잡는 시도를 해보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https://www.go-llm.com/llm-personal-statement-samples/
자기소개서 컨셉 정하기
처음에 생각한 컨셉은 "늦게 출발한 곳에 합류해서 고생하면서 시장에서 팀이 인지도를 얻는 데 많이 기여하는 나!"였는데 영어로 짧은 글자 수 제한 안에 쓰려니 복잡한 차원의 이야기가 자꾸 초딩처럼 단순해지고, 일단 한 단락 쓰고 나니까 글이 나가지를 않았다. 내 경험과 엮기도 쉽지 않았고. 이 컨셉을 안 잡은 것이 다행인 것도 같은 게, 다른 유형의 자소서를 친한 미국 변호사님께 한 번 보여 드렸을 때 부정적인 connotation은 모두 빼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의견을 주셨다. 아마 저 컨셉대로 썼으면 막판에 다 엎으면 어떠냐는 의견을 받았을 수도.
다음으로 생각한 컨셉은 "모아나" 같은 컨셉(나는 한국을 뜨고 싶어요, 바다 건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준비가 되었어요)이었다. 이걸로 초안을 잡고 썼는데, 막상 이 방향성으로 쓰면서 여러 명과 논의하면서 생각을 가다듬다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자소서가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학교에는 "나는 나 자신을 계속 푸쉬하는 인간이다."라는 컨셉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게 되었다. 쓰면서 계속 내용이 바뀌어서 나도 마지막까지 컨셉을 놓치거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계속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어떠냐고 물어보고 좀 fresh eye로 접근하거나 하는 방식을 취했다. 너무 신기한건 고쳐도 고쳐도 계속...고칠 게 나온다.
샘플들을 보면 자소서 컨셉 잡기가 참으로 막막한데 내 주변에 같이 준비한 사람들 봐도 여러 번 컨셉을 갈아엎는 것 같다. 했던 활동들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생각나기도 하고... 수정을 여러번 할 수밖에 없는 듯.
자기소개서 작성하면서 생각한 점
1. 많은 사람과 이야기할수록 좋다. 특히 미국 학교 유경험자들과.
모아나로 컨셉을 잡았을 때 막 아무렇게나 찌끄리면서도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전혀 안오고(어딘가 부족한 건 아는데 뭔지 딱 꼬집기가 어렵고), 마침 주변에 같이 일하던 변호사님들도 하나같이 바빠서 도저히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링글 세션을 신청해서 자기소개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링글 튜터들이 대부분 명문대생/학부생이어서 그런지 애들이 자기소개서에 관해서는 완전 빠삭했다.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미국인들이 자기소개서를 보는 관점과 내가 자기소개서에 접근하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예를 들어, "나는 창의적이야"라고 쓰면 튜터가 제일 많이 하는 지적은 "어떻게 창의적이야? 그게 비어 있어." "나는 구조적으로 정리를 했어."라고 하면 "구조적으로 정리한 게 어떤거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니?"라는 질문을 했다. 그리고 "나는 A, B, C일을 했어"라고 쓰면 튜터가 제일 많이한 지적은 "그래서 이게 너의 어떤 모습이랑 관련이 있지?" "여기서 넌 뭘 배웠지?"라는 파트너 변호사님들도 안할 법한 질문을 해주었다. 했던 일을 나열하고 이 일에서 나는 이렇게 잘났어라고 썼던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마찬가지의 지적을 했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학교, 그리고 LLM Program이랑 연관이 되는지를 생각하고 써야 한다고.
미국 자소서 작성 tip을 보면 전부 Be Specific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걸 정말 실질적으로 많이 느껴서 큰 도움이 되었다. 튜터가 조언해준 것 중에는 본인이 물어보는 모든 specific한 내용이 자기소개서에 담길 필요는 없지만 모든 부분에서 specific함을 고민해보고 일단 그걸 다 써본 다음에 줄이는 것이 훨씬 낫다고 했다. 일단 쓰고 줄이라는 이야기다. 대화 과정에서 내가 한 경험 중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랬더니 내가 미국인의 관점이라면 요 지점을 더 부각할 것 같다고 조언도 줘서 방향성 결정에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체적인 자소서 틀이 바뀐 결정적 계기.
한편 미국 job market 유경험자에게 보여줬을 때에는 매일매일 노력하고 이런거 말고 눈이 뜨일 unique한 게 없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전 매일 남들이 하는 노력만큼 했는데요... 봤을 때 딱 이거다! 하는 심쿵 포인트를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그리고 많이 못 찾았다).
2. Personal Statement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을 계속해봐야 한다.
친한 미국 변호사님에게 컨셉 좀 봐달라고 보내드렸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시사항에 LLM에 왜 오고 싶은지 잔뜩 쓰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네가 우리 학교 왔다 가서 우리 학교 alumni가 되면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 너 어떻게 contribution할거야?라는 걸 쓰라는 거에 가까워서, 도대체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의 포인트를 생각해보면 좋다고 했다. 결국 학교들이 나를 뽑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
그리고 미국 job market 유경험자 / 미국 박사 과정생이 해준 이야기 중 하나는 diversity를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것. 어쨌든 Asian이고 LLM 지원이니까 그런 면들이 부각될 수 있으면 지원하는 데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학교가 diversity를 신경쓰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보이려고 할 것이라고...
3.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문장 구성을 신경쓰는 것이 참 쉽지 않다.
미국 job market 유경험자가 한 지적은 나에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표출하거나 단락끼리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게 하는 문장이 부족하다는 것. 이런 문장들은 글자수를 어쨌든 잡아먹기 때문에, 본문의 다른 내용들을 대폭 날리고 줄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여러 경험이나 자랑 항목 5개 중 3개만 남았다.
미국 job market 유경험자 / 미국 박사 과정생 / 미국 변호사님에게 공통적으로 들은 지적은 부정적인 것, 망설이는 듯한 표현은 반드시 필요 없으면 다 삭제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영어로 글쓰면 당연한 국룰(...)이긴 한데 내 안에 뼈속깊이 새겨진 교환학생 시절 글쓰기 센터의 습관이 남아 있어서 Synonym을 계속 검색하면서 문장을 바꾸었다. 비슷한 용어로 표현하거나 다른 단어로 대체하기. 이건 한 방에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여러번 고치면서 생각을 해야 고쳐지더라.
4.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수정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하면 좋다.
신기하게 남이 한 번 봐서 이런 저런 의견을 내 준 다음 내가 다시 고치면 방만하게 썼던 문장을 훨~~씬 줄일 수 있다. 문장 3개로 된 거에다가 누가 전혀 다른 코멘트를 해줬는데(문장 줄이란 이야기가 아니었음) 막상 거기에 메모가 달려서 의견을 준 거를 생각하다보니까 아 이 문장들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합할 수 있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Grammarly에다가 초안을 썼는데 오탈자를 잘 잡아줘서 꽤 괜찮았다. 간혹 문장이 너무 길어지면 그걸 자꾸 자르라고 하고, 문장에서 조금의 피동도 참지 못하고 지적해서 거슬리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는데, 영어 문장을 자주 안쓰고 컴퓨터 기본 셋팅이 영어 셋팅이 아니다보니까 실수하는 오탈자나 문장부호들을 잘 잡아줘서 굉장히 편했다. 특히 문장 부호가 straight와 curly를 오갔는데 grammarly에서 한 방에 인식해서 하나로 통일해주는 기능이 있어서 꽤 괜찮았다.
[update]
그 어떤 학교도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한국 사람 쿼터가 나름 있다. (LLM은 다양한 사람을 받는 것이 목적이어서..). 예를 들면 하버드 같은 경우 4-6인 정도가 한국인 쿼터라고 알려져 있다. 보통 K로펌 1-2, Y로펌 1-2, 법원 1-2, 검찰 1-2, 그외 1-2로 채워지는 듯하다. 물론 매년 누가 지원하는지에 따라 조금 바뀌기도 하고, public sector는 다른 분야 사람이 오기도 하고, 그외 1-2는 로펌에서 오거나 사내변 분들이 오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율이 바뀌기도 한다.
미국 LLM에 나와보고 느낀 것이, 정작 LLM 중에 "공직"에 있던 사람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한국/대만/싱가포르 정도라는 것. 싱가포르는 정부 지원을 받아서 LLM 오는 경우가 많아서 판사/정부변호사/검사 등이 많았다. 대만도 그 비중이 낮지는 않았다. 하버드 180 명 중에 판사/검사 등의 수가 극소수기 때문에, 이런 background가 있다면 효율적으로 어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update] 혹시 chatgpt를 썼다면 한 번 chatgpt 체커에 돌려볼 필요는 있겠다.
'STUDY > 나 LLM 갈 수 있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LSAC이 일을 하고 있나보다!! 불만 가진 것이 무색하게 (7) | 2021.12.09 |
---|---|
LSAC은 성적표가 모두 도달하지 않으면 성적표 정보 자체를 넘기지 않음. (0) | 2021.12.08 |
[LLM준비Tip] Letter of Recommendation(LOR) (3) | 2021.12.01 |
[LLM지원Tip] Curriculum Vitae / Resume (4) | 2021.12.01 |
[LLM준비Tip] Application Form을 한 번 입력해보자 (0) | 2021.12.01 |
[LLM지원Tip] Academic Records / Transcripts (2) | 2021.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