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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나의 변호사 생활기: jot down

개구리는 올챙이 적을 모른다.

by 적일행 2020. 2. 19.

내 연차는 어느덧 5년차. 나이는 서른. 처음 변호사가 되었을 때는 20대 중반이었는데(네, 자랑입니다) 이제 앞자리가 바뀌었다. 게다가 후배들이 밑으로 줄줄이 달려 있다(물론 후배들에게 내가 무슨 insight를 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냥 연차가 위일 뿐). 아직 성체 개구리는 못되었는데 올챙이 정도는 탈출한 것 같다. 겨우 올챙이를 탈출한 주제에 개굴개굴 울기도 잘도 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서, 애석하게도 금방 까먹는다. 내가 얼마나 못했었는지, 나는 얼마나 못난이었는지, 그리고 10초 전에 내가 얼마나 똥같은 의견서와 계약서 초안을 선배에게 던졌는지....이 얼마나 편리한 기억력인가. 예전에 선배들을 보면, 선배들이 올챙이 시절 기억을 못하네! 싶었는데 요즘 보니 내가 더 심하다. 바로 내가 젊꼰. 옛날 메모들을 꺼내어서 뒤적이면서 옛날 감정들을 되새기며 그땐 그랬지라며 되새김질 중인 1인. 나는 나에게도 가혹하고 남에게는 더 가혹한데, 자꾸 가혹함 버릇이 삐죽삐죽 삐져나오려고 해서 (아래 위로)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개구리는 올챙이랑 체급이 다른데, 올챙이한테 왜 빨리 개구리 안되냐고 뭐라고 하면 안되니까. 

 

 

일을 하다보면 저년차 때 야속한 순간이 생긴다. 나는 애쓰고 노력했는데 선배의 평가는 가혹하기 짝이 없고, 그 가혹한 평가가 때로는 "모호"해서 도대체 나보고 뭘 하라는지 모르겠는 순간이 있다. 모두가 올챙이 적을 까먹어 버려서 어떻게 지적해야 할지도 까먹어버린, 그 슬픈 순간. 1년차 때 할일 없을 때 회사에서 무려 성공하는 변호사의 45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선물해줘서 읽었는데, 그 책의 기반이 되는 김재헌 변호사님 칼럼(자주 인용하게 되네..)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첫 번째 이야기. 이 변호사는 후배인 박변호사에게 의견서를 부탁하면서 얼마 만에 결과물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사흘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에 이 변호사는 "내가 하면 3시간이면 된다"면서 화를 내고는 문을 쾅 닫고 가버렸다. 박 변호사는 좌절감을 느꼈다.

 

전문은 여기에..여기에 희대에 대박인 선배상이 나옴...저는 이 글을 보자마자 울면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선배변호사의 경험과 지혜를 흡수하라.

첫 번째 이야기. 이 변호사는 후배인 박변호사에게 의견서를 부탁하면서 얼마 만에 결과물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사흘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에 이 변호사는 "내가 하면 3시간이면 된다"면서 화를 내고는 문을 쾅 닫고 가버렸다. 박 변호사는 좌절감을 느꼈다.이 이야기는 젊은 변호사들이 한번쯤 경험하는 내용이다. 3시간이면 된다는 이 변호사의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틀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후배들이 해야 할 업무와 선배의 업무가 다르다. 선

m.lawtimes.co.kr

나는 저기 나오는 이 변호사 안되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이변호사를 닮아간다...(TRASH).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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