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일로써 인정받고 싶은 욕구(돈은 그에 부수하여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업무 그 자체로 인정 받고 싶은 마음. 순전히 명예욕과도 또 다른데 어떤 욕구라고 해야할까)가 강했는데, 해가 지날수록 각자의 스타일이 다른 것아닌가, 잘한다는 건 뭐지, 탁월한 것도 결국 강약조절인데 가장 강한 곳에서 탁월한 사람이 어떤 곳에 가면 탁월하지 않은 것 아닐까, always 탁월한 자는 유전자가 다른 것은 아닌가 등등 벽에 부딪혀 있는 기분이다. 원피스의 바다를 넘을 때 만나는 거대한 장벽을 조우한 기분이랄까. 이 벽을 넘은 사람들도 있으나, 아무도 그 벽을 넘는 방법이 무엇인지 말해주진 않지(아마 모를지도). 나가라 바다로, 어딘가 원피스가 있다! (죽을 때까지 못 찾을지도 모른다. 노랜드 후손에게 주어진 하늘섬의 보답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지). 지금 이 벽을 넘으려면 지금까지 한 노력(누가 보면 별거 아니겠고 실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데, 굳이 이 벽을 넘어야 할까. 세상에 중한 것도 많은데 내가 일하는 분야는 좁아서 중헌지 안중헌지 헷갈리고, 과거에 일도류 이도류 집착하듯이 탐닉했던 이상한 류의 탁월함이 아니라면 나도 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런 탁월함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배우고 닦고 탁월해지는 기쁨으로 지냈다면 앞으로 내 앞에 놓여진 탁월해지는 과정은 내가 애시당초 그렇게 태어나지 못해서 따라잡을 수 없거나 혹은 너무 지나치게 세밀하고 치졸하여 이렇게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닐까 - 라는 아주 엉키고 성기고 어지러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고개가 숙어지면서 자신의 자리를 어디론가 찾아가는 것이기도 하겠다만 자리를 찾아가는 기분과 안주하는 기분과 어딘지 뿌연 기분가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기분이 동시에 들기도 한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시애틀의 노동 거부 운동이 100년이 지난 지금 미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노동자들이 일터 복귀를 거부하면서다. 이들의 안식처는 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안티워크’다. 주축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이들은 미국 근대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많은 부를 축적하지 못한 세대로 꼽힌다. 일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허탈감, 팬데믹 후 바뀐 가치관, 노동가치 상승 등의 영향으로 ‘노동 거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을 참고 견디던 이전 세대와 달리 불합리한 직장 문화에 일침을 가하고 서슴없이 사표를 던진다. 소비 여력이 줄어도 개의치 않는다. 일부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하고 식료품이 떨어지면 쓰레기통도 뒤진다. ‘돈’ 보다 ‘휴식’이 더 가치있다고 믿어서다.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젊은 세대의 무력감을 들 수 있다. 포브스는 미국의 MZ세대를 근대 역사상 자신의 부모보다 재정적 풍족함을 느끼지 못한 첫 세대라고 했다. 치솟는 학자금 탓에 사회에 진출할 때부터 높은 대출의 덫에 갇힌다. 학자금 대출에서 겨우 벗어나도 집을 사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과거 베이비붐 세대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세대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동시대인들이 많이들 겪고 있는 열패감과 허탈감에 휩싸이지 않으서도 지속가능하게 살려면 나를 어떻게 조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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