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어린이들(?)은 전화기가 왜 전화기 모양인지 모른다고 하던데, 그거랑 별개로 MZ세대들은 Call phobia(전화공포증)을 겪는다. 1년차 때 회사 동기들이랑 함께 회사 행사를 위한 상품을 주문했는데 배달된 상품에 문제가 있었다. 내 동기 중 소송 변호사 1명 제외한 변호사 대부분이 모여 있었는데, 여럿이서 그걸 전화 못해서 내 방에 다시 찾아와서 그 업체에 전화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아니 이 소송 변호사들이 정작 자기 권리를 구제 못해?라고 타박을 했지만, 사실 우리 모두 MZ였던 것이다.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4/23/2021042302542.html
대면만큼 ‘통화’도 두렵다… ‘콜 포비아’ 호소하는 젊은이들
전화 통화에 대한 두려움이 심한 경우, 식은땀을 흘리거나 심장이 두근대는 등 신체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전화공포증, 이른바 ‘콜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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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포비아는 중·장년층보다는 20·30대에서 주로 나타난다. 대면보다는 비대면, 전화 통화보다는 메신저 소통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전화 통화가 어색함을 넘어 불편함이 된 것이다. 배 교수는 “전화는 메신저에 비해 예의가 엄격(업무상)하고 ‘시작과 끝’이라는 절차도 명확하다”며 “상대방과의 호흡도 중요하다보니 어릴 때부터 메신저 사용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전화 통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뭐 나도 MZ였으니까, 콜 포비아가 없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고객이 전화 오면 이어폰 꽂고 네네 차장님 네네 말씀하시죠 하면서 딴짓을 실컷 하지만, 예전에는 전화 한 번 받으려면 마음의 각오가 어마어마 했다. 전화 한 번 걸려고 하면 시나리오를 짜야 하는 것도 다반사. 그래도 1년차 시절에는 고객들이 핸드폰으로 바로 전화오기보다는 사무실로 전화가 오는 지라, 비서님을 거쳐서 받았기 때문에 약간의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황당했던 일도 있다. 전날 밤늦게까지 의견서 초안을 써서 파트너 변호사님에게 던지고 > 나는 기절했는데 파트너 변호사님은 알아서 수정해서(다시 다 갈아 엎으셨다) 의견서를 내보내셨고 > 나는 수정사항을 못본채로 출근해서 앉아 있는데 고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뭐라고 고친지 확인을 못하고 있던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연결해준 비서님께 저 자리에 없다고 해달라고 ㅋㅋㅋㅋ파트너 변호사님 연결해달라고ㅋㅋㅋㅋㅋ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황당무계할 따름. 다행히 내가 정말 급한일이 있다고 생각해서(응? 급하긴 했지) 유야무야 넘어간 병아리 시절 바보 기억.
- 저년차 때 전화걸기: 1. 걸기 전에 할말을 적는다. 2. 번호를 누른다. 3. 녜네녜네네네를 남발한다.
- 저년차 때 전화받기: 1. 받기 전에 어떤 말로 둘러댈지 고민한다. 2-1. 고민하다가 전화가 끊긴다(응??). 그럼 내가 한참 있다가 건다. 2-2. 아유 네네 파트너 변호사님 확인 받고 말하겠다고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응??). 2-3. 제가 급한 회의가 곧 있어서 잠시 후 전화 드려도 될까요 한다(응??)
일이 익숙해져야 전화 받는 것이 쉬운 것 같다. 고객이 뭘 물어보면 6할 정도는 대충 대답할 수 있고 2할 정도는 이럴 것 같은데 찾아보겠다고 하고, 2할 정도는 고민이 좀 더 필요해서 시간 좀 달라고 할 수 있는 묘한 지점에 이르러야 전화 받는 것이 쉬운듯. 그런의미에서 급한 호흡으로 일을 하는 고객들(주로 PEF나 VC) 일을 하면 마음이 초조하다. 6할이 아니라 8~9할 정도는 대강 대답할 수 있어야 업무 흐름이 안 끊기면서 과도한 업무 부담(아니면 전화로 대강 확인하면 될 것을 일일이 다 서류로 써서 드려야 하니)을 안 지게 되니 마음이 초조초조. 잘하던 전화도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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