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봄방학을 하는데 (왜하는거야 도대체...이럴거면 겨울에 길게 놀자), 봄방학 때 기를 써서 열흘간 여행을 다녀왔더니 시차 적응도 안되고(정작 여행간 나라에서는 바로 시차적응한 것은 함정) 공부의 흐름도 놓쳐 버렸다. 봄방학 직전에 친구가 와서 며칠 지내다 갔는데 그때도 술을 들이 붓고, 봄방학 내내 술을 들이 부었더니 디톡스가 필요한 상태. 요 며칠 있는 모임에서는 맥주 반잔, 와인 2모금 이렇게 마셨더니 사람들이 다들 놀랐다.
돌아오는 비행기가 꽤 길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아 이제 할만큼 했고 한국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 전에는 "한국 가고싶다"가 진심은 아니었는데 (가야하니까 간다는 느낌), 뭔가 10일간 찐하게 돈을 써서 그런가 이제쯤 했으면 그냥 한국 가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돌아왔더니 시차적응도 안되고, 공부의 흐름도 놓쳤고, 그러니까 수업도 가기 싫구.... 고작 열흘 놀았다고 영어를 다 까먹어서, 친구들이랑 말할 때도 단어가 생각이 안나고 필기도 안되는 상태. 이제 그만하면 되었으니 청산했으면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오늘 드디어 집 계약 연장의 마지막 날을 정했다. 집 계약 연장이 한국 갈 날 정한 것은 아닌데,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정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 이 평온한 (내 인생에서 수업을 가장 많이 째고 있는) 상태가 깨어져서 삶의 전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갑갑하면서도, 그냥 이제쯤 했으니 갔으면 싶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외국생활이 별로 안맞는 사람인 것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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