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공부, 운동.. 그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생산적인 일을 하기 전에 딴짓을 한바닥해야만 드디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예열" 병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턱끝까지 차던 스케줄을 가지고 있던 이유는 너무 몰리면 결국 다른 걸 하게 되니까(공부가 너무 싫으면 일이 재미있고...vice versa 뭐 이런 효과랄까) 같기도 하다. 한동안 예열병을 느낄 이유가 없었는데...뭔가 치열하게 하고 있지 않아서, 아예 예열이 필요 없었기 때문일까? 주어진 리딩이나 수업은 가지만 뭔가 "치열하게"한다는 느낌을 가지지는 않아서인가? 아니면 그냥 안해서인가?
한동안 예열병을 못 느끼다가, 우연히 join한 동아리와 LLM Paper를 쓰려니 예열병이 제대로 들었다. 3일간 운동도 안하고 수업도 안가고 (수업이 없거나 취소됨) 시간 많았는데, 아티클 3-4시간 찾다가 그냥 접었다. 시간이 부족한 착각이 든다. 부족하지, 니가 그렇게 딴짓을 많이 하는데... 보일러 오랫동안 안쓰다가 다시 돌리면 뜨거워질 때까지 엄청나게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나도 예열 연습을 한동안 하지 않다가 다시 예열을 하려니 쉽지 않다. 온도가 확 안 오른다. 온도가 오를 때쯤이면 그냥 자고 싶다. (...)
딱히 뭘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닌데, 아 맞다 내가 일할 때 이 고통을 100만배로 더 겪었었지 싶다. 그냥 하면 되는데, 하기가 싫어서 예열 시간이 길다는 핑계를 대었던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예열시간이 아주 긴 것도 같구. 쉽지 않다. 저년차때는 체력이 좋으니까 회사 내에 있는 선배들 후배들하고 수다 떨거나 의견을 구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연차가 차면서는 체력이 없고 힘이 드니까 잠을 자거나 무의미한 웹툰 웹소설에 엄청 빠져들었던 것 같다. 60화 드라마를 다 건너 뛰기 하면서 주말 내내 본 적도 있다. 그냥 오로지 예열을 위해서...나도 이게 다 조급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란 걸 알고 이제는 예열을 한다는 사실 자체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데, 그냥 시간 아깝다. 시간이 아까워.
사실 예열보다 나에게 더 필요한 건 뜸들이기이다. 놀랍도록 덜렁거리고 한 번 생각에 빠지면 그 생각을 바꾸기 힘들어하는 성향 때문에 한 번 잘못된 길로 가면 돌이키기가 너무 힘들다. 최근에 택스 리포트 프로그램 잘못써서 70불 공돈 날렸는데 (안써도 되는 서비스를 잘못 사용함) 이런 것도 다 덜렁이 나의 표상 같은 증거다. 전보다는 70불의 영향을 덜 받았으나 (반나절쯤 지나고 회복함) 역시 괴로운 것은 동일하고 또 조급한 티와 짜증을 모든 사람에게 내버린 것 같다. 반성. 반성. 다시 봐야지 하면서 다시 안 봐서 사고난 일이 몇번이고, 체크해야지 하면서 체크 못해서 수습하려고 벌인 일이 몇번이던가. 이런 상황에 내가 짜증을 안내면 참 그래도 될텐데, 그런 상황에 간혹 짜증이 치솟는 것이 나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예열과 뜸들이기를 잘해야하는데, 또 생각만 간혹 이렇게 먼발치에서 그래야지, 할 뿐 실제로 그러진 못하는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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