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를 때 주변인들이 많이 해줬던 조언. 그리고 어느 날 이걸 제가 똑같이 후배들에게 말했더라구...?! 나에게 울림이 있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나도 모르게) 똑같이 말했다고 생각.
- 영원히 길이 없고 층층시야라 답답할 것 같지만, 선배들도 나이가 들고 여러 저러 퇴사하는 사람도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인적 구성은 바뀜. 단순히 "위가 많아서" 길이 안보인다고 느끼기에는 아직 연차가 낮으니 걱정하지 말 것. 정 안되면 다른 업무영역을 개척할 수도 있을 것임.
-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퇴사하기 전에는 잘 모른다. 지금 장점은 당연하고 단점은 너무 큰 거스러미처럼 느껴지기 때문에.회사 내에 너를 걱정하고 좋아하고 마음 쓰는 사람이 참 많은데, 막상 나가서 이것들을 잃어봐야 네가 잃었다고 생각할 것.어떤 문제들은 시기가 지나고 나서야 이해가 됨. 지금 너에게 충분히 괴롭고 언제나 지나갈 것. 그러나 그 안에 있으면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괴로운 것.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말자.
- 모두가 다 너에게 조언을 할 때 자기가 경험한 것으로만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너의 고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각자 경험한 바를 이야기하는 것을 충분히 듣고 귀담아 들어라. 그렇지만 그걸 따를 필요도 없고 그에 구속될 필요도 없다.
- 충분히 소통해라. 왜 나가려고 하는지, 내가 원하는 A라는 결과는 퇴사를 하면 쉽게 달성된다. 모든 것이랑 단절되니까. 그렇지만 퇴사 전에도 A라는 결과를 얻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예를 들어 몸이 너무 힘들면 휴직을 해본다거나, 일이 너무 안맞으면 다른 팀을 가본다거나, A는 절대로 난 할 수 없기 때문에 carve-out 시켜달라거나 등등). 물론 이런 것을 얻는 방식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다. 단순히 싫어서 회피하려는 마음으로 퇴사를 마음 먹으면 장기적인 의미에서 damage를 입는 것은 너 자신일 수 있다.
- 로펌의 장점은 어쨌든 비슷한 전문가 집단이고 변호사들이 메인이라는 점. 변호사가 없는 집단에 가게 되면 나를 끊임없이 다른 언어로 설명할 필요성이 생기는데 그런 스트레스가 없는 것도 큰 장점
- 너는 본질적으로 일을 좋아하고 일을 잘해서 칭찬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보자.
- 어떤 직업이든 3가지 점수로 생각해보자. 연봉/라이프/적성&흥미. 이 3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직업은 정말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 그런데 이 3가지를 모두 100으로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 중 일부를 적정한 균형 점수(각자에게 맞는)로 채워야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직업이든 굉장히 별로인 면이 상존하기 때문에, (i) 내가 그 일을 사랑할 구석이 있되 (ii) 다만 스트레스는 상수이니까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각자에게 적정한 점수는 이제까지 살아온 나의 성향 + 나의 DNA가 많이 좌우를 해서, 사실 원래 열정적인 면이 있으면 그게 아예 바뀌지는 않는 거 같음. 다만 (ii)의 스트레스 상수를 잘 관리하지 못해서 정신적인 크나큰 문제로 나타나면 (ii)를 회피하기 위해서 잠시 거리두기와 멀어지기를 해야하지만 나를 회복하고 나면 나의 성향이 다시드러나서 그 성향대로 내 일을 사랑할 구석을 찾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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