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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나의 변호사 생활기: jot down

이직에 대해 좀 더 가벼운 마음을 먹게 되었다.

by 적일행 2023. 3. 3.

LLM 오기 전에는 이직에 대해 상당히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이 워낙 한 회사 다니면 잘 안옮기는 편이기도 하고(대형/중형 로펌도 퇴사하는 사람이 너무 늘어나고 대형화가 가속화되면서 최근에야 이동세가 붙은 것이지 원래 내가 입사했을 때만해도 이직러를 찾기 드물었던 것 같다), 이직을 한 번 하면 잘해야 한다거나 또 여기 있는 장점을 잃는다거나 등등 여러 무거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입사 초기에는 인간적 정(!!그놈의 정!!)이 든 동기들이나 바로 아래위 선후배 때문에 그랬던 것 같고,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나니 내가 너무 부정적/다크한 인간이 되어서 한 번 움직이려니까 너무 많은 의지를 그러모아야 해서 이직을 무겁게 생각한 것 같다.

 

뭐해먹고 살지 얼마나 머리 터지게 고민했던가....!!! 지금도 ing

 

그렇다고 내가 이직 당장 할 것이란 말은 아니고, 그냥 해외에 나와서 한국 시장도 좀 멀어져 있고 인간적으로 얼기설기 얽혔던 동료들도 좀 멀어져 있다 보니까 이직에 대해 좀 더 산뜻하고 가벼운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예전에 E언니가 이직하면서 커리어를 좀 더 산뜻하게 보자고 했을 때, J오빠가 직장은 직장이다 했을 때 그렇게 생각해야지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그렇게 바뀌지 못했던 것 같다. 내 이직만 무거운 것이 아니라 남의 이직도 무거웠다. 남이 이직 한 번 할 때마다 어찌나 충격적이던지... 내상도 많이 입고 슬픔도 많이 느끼고 불안감도 컸던 것 같다. 아아 불안의 인간이여. 여기 나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한국과 좀 더 다르게 커리어를 쌓는 사람들도 보고(물론 내가 따라할 건 아니다 그 시장의 특수성이 있는 것이니...) 그러다보니까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고 할까? 이직을 그렇게 심각하게 충격적이거나 슬프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고 나는 일단은 다니겠지만 무슨 평생할 것 같은 결기도 좀 줄어들었다. 

 

옛날 꿈이 만 30세 생일에 사표를 촥하고 내던지는 거였는데 ㅋㅋㅋ 드라마를 너무 봤네!!

 

나의 커리어 유불리를 따져서 정해야 하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은 그래도 사랑이 있으니까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아니다 이것도 안 괜찮다), 부정적인 마음이 너무 심하게 들어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면 (물론 부정적인 감정상태를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너무 괜찮지 않은 것 같다. 좀 가볍게, 링크드인도 관리하고 다른 사람들도 뭐하는지 보고, 좀 뻔해 보이는 이야기라도 커리어 피봇팅한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그렇게 하면서 뭔가 내 자신의 장단점을 단단하게 생각해내고 유불리를 따지는게 필요할 느낌. 이렇게 생각하니까 무슨 죽을 둥 말 둥 결여한 느낌보다는 때 되면 만나는거고 아니면 우리 바이바이합시다 정도의 가벼운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 단순히 일에 안쪼이고 행복해서 이런 생각하는 것일 수도. 까먹지 않기 위하여 수업 직전 리딩하기 싫은 김에 폭풍처럼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