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오기 전에는 이직에 대해 상당히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이 워낙 한 회사 다니면 잘 안옮기는 편이기도 하고(대형/중형 로펌도 퇴사하는 사람이 너무 늘어나고 대형화가 가속화되면서 최근에야 이동세가 붙은 것이지 원래 내가 입사했을 때만해도 이직러를 찾기 드물었던 것 같다), 이직을 한 번 하면 잘해야 한다거나 또 여기 있는 장점을 잃는다거나 등등 여러 무거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입사 초기에는 인간적 정(!!그놈의 정!!)이 든 동기들이나 바로 아래위 선후배 때문에 그랬던 것 같고,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나니 내가 너무 부정적/다크한 인간이 되어서 한 번 움직이려니까 너무 많은 의지를 그러모아야 해서 이직을 무겁게 생각한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이직 당장 할 것이란 말은 아니고, 그냥 해외에 나와서 한국 시장도 좀 멀어져 있고 인간적으로 얼기설기 얽혔던 동료들도 좀 멀어져 있다 보니까 이직에 대해 좀 더 산뜻하고 가벼운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예전에 E언니가 이직하면서 커리어를 좀 더 산뜻하게 보자고 했을 때, J오빠가 직장은 직장이다 했을 때 그렇게 생각해야지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그렇게 바뀌지 못했던 것 같다. 내 이직만 무거운 것이 아니라 남의 이직도 무거웠다. 남이 이직 한 번 할 때마다 어찌나 충격적이던지... 내상도 많이 입고 슬픔도 많이 느끼고 불안감도 컸던 것 같다. 아아 불안의 인간이여. 여기 나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한국과 좀 더 다르게 커리어를 쌓는 사람들도 보고(물론 내가 따라할 건 아니다 그 시장의 특수성이 있는 것이니...) 그러다보니까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고 할까? 이직을 그렇게 심각하게 충격적이거나 슬프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고 나는 일단은 다니겠지만 무슨 평생할 것 같은 결기도 좀 줄어들었다.
나의 커리어 유불리를 따져서 정해야 하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은 그래도 사랑이 있으니까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아니다 이것도 안 괜찮다), 부정적인 마음이 너무 심하게 들어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면 (물론 부정적인 감정상태를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너무 괜찮지 않은 것 같다. 좀 가볍게, 링크드인도 관리하고 다른 사람들도 뭐하는지 보고, 좀 뻔해 보이는 이야기라도 커리어 피봇팅한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그렇게 하면서 뭔가 내 자신의 장단점을 단단하게 생각해내고 유불리를 따지는게 필요할 느낌. 이렇게 생각하니까 무슨 죽을 둥 말 둥 결여한 느낌보다는 때 되면 만나는거고 아니면 우리 바이바이합시다 정도의 가벼운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 단순히 일에 안쪼이고 행복해서 이런 생각하는 것일 수도. 까먹지 않기 위하여 수업 직전 리딩하기 싫은 김에 폭풍처럼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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