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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속도와 방향/부어라 마셔라

오늘의 차 - 뜻밖의 대만 차 기행

by 적일행 2024. 1. 1.

마지막 어쏘 생활을 기념하며(를 의도한 건 아니고 그냥 가져다 붙임) 연말 대만 여행을 기획했다. 이것 때문에 11월 중순부터 12월 말 일들 미리 다 치우고 고객도 설득해서 겨우겨우 마무리했는데, 선배들이 내년 실적 채우려면 일 받아야 한다고 푸쉬해서(즉각 투입 일이었음) 받았다. 휴가가야한다고 텔레워크는 가능하지만 현장 투입 어렵다했더니(현장 가는 일이었음) 나의 사수이자 멘토가 얼레벌레 막아주었다. 늘 고마운 분.

귀국한 지금, 얼른 가서 계약서 써야하는데 걍 내일 쓰면 안될까 하는 간사한 마음이 스멀스멀. 어제 타이베이 101에서 귀가하니 1시, 그리고 일어난건 6시라 은근 피곤해서 밥먹고 자고 밤에 할까 싶다.

같이 여행간 H언니는 내가 차를 좋아한다고 계속 말했으나(옛날 꿈은 낮에는 차팔고 밤에는 위스키 파는 바를 차리는 것이었음) 믿지않다가 이번 여행에서 드디어 믿었는데, 나는 차를 좋아한다. 특히 홍차. 사실 술만큼 좋아하는데, 무한리필로 마시는(?) 그 느낌을 좋아하는 듯. 그런데 차는 귀찮기도 하고(티백 말고 자사호랑 우려 먹어야하는데 집에 드랍머신없는거랑 같지) 마음의 여유가 늘 필요해서 2-3년 잊고 지내다가 최근 보이차 모임 몇 번 나갔더니 되게 좋았다. 커피가 아니라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내가 효율성 보다 나를 챙겨보겠다는 뜻이랄까.

대만 갔더니 대만은 술 먹는 문화가 아니고(칵테일 시키는 족족 향이 너무 강해서 실패했고) 차를 마시는 문화였다. 우롱차 맛이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는데 약간 반했고 자사호랑 먹는 곳이 너무 많아서 너무 좋고 편했다. 한국에서도 자사호 사서 연습해볼까하다가도 늘 귀차니즘(저 좀 심한편임) 때문에 실패했는데 정말 해볼까 싶은 마음이 살짝. 그냥 입문하기에는 잎도 자사호도 관리가 좀 어려운 느낌이라 늘 망설여진다.

대만처럼 찻집 많으면 좋겠다.

위스키 같겠지만, 전부 차. tshi te라는 타이난 인스타 감성 카페. 다 우려서 위스키 병 같은 곳에 담아주심. 너무 향긋하고 맛있었다. 약간 경기도도 아니고 지방 외곽의 큰 카페 같았다.


타이난에 조금 오래된 찻집에서 트라이. 동방미인은 우롱차 계열이고 대만 대표차인데, 난 이걸 굉장히 오랫동안 중국차로 알았다. 고등학교 베이징 수학여행에서 참으로 동방미인을 팔아대서… 우롱차는 녹차와 홍차 중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옅은 잎은 녹차같고 강한 잎은 홍차같다. 녹차는 가열해서 산화라는 과정이 없고 홍차는 건조시켜 산화시키는건데 우롱은 그 중간 정도 하는 개념이라고 예전에 들었다(정확성 담보 불가).  찻집에서는 항상 like green tea or black tea?하면 설명을 더 잘해주시더라.
큰 잔으로 작은잔을 엎어서 나오는데 큰잔에 향기가 고여서 그걸 맡으라고 한다. 이런 섬세함이 내가 없는거라 항상 너무 좋다.


마지막으로 타이베이에서 직접 우려먹는차. 연말이라 찻집이 풀이라서 지나가며 들렀는데 좋았다. 대만친구가 https://maps.app.goo.gl/fb4fw17QeKr4FE6p8?g_st=ic 랑 여美好時光大稻埕기가 좋대서 갔더니 풀이었다. 지나가다 들렸는데 여기도 나에겐 충분히 굳굳


차 욕심이 다시 스멀스멀. 최근엔 김동곤 명차류로 겨우 마음 달래는 중인데 역시 뱃심이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