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트너 라이프 3달차, 1월과 2월에 뭔가 너무 바쁜 기분이었어서 3월은 한량처럼 숨어 지내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 4월에 꽤 큰 프로젝트가 시작할 수도 있어서 지금 숨고르기하고 4월부터 달리려고 한다(라고 정신승리를 한다). 게다가 고통의 NYLE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서 (내일까지인데 아직도 다섯 시간이나 남았고, 처음에 공부 하려던 계획은 뒤로 하고 대충 틀어놓고 딴짓하다가 답 고르는 중. 그래도 바시험 본 보람이 있는지 대충 찍어도 꽤 많이 맞는다.) 신건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것 위주로 참고 업무를 하고 있다.
역시 로펌 생활은 뫼비우스의 띠인 것이, 2주간 좀 덜 바쁘니까 살만해지고 성격도 좋아진다. 다시 고통이 떠오르면 성격이 나빠지겠지!!
* 그동안 잘 살았는지(?) 쫌쫌따리 외부에서 수임도 해보고, 내부에서 수임도 해보았다. 아직은 가격을 결정하거나 자문 계약서를 쓰거나 등등 이런 저런 행정적인 일들이 어색해서, 실제 업무 처리시간보다 행정 일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시장에서 나는 수많은 파트너들, 변호사들 중에 발에 채이는 존재이고 나를 믿을 이유가 없을 것도 같은데, 나를 믿고 사건을 맡겨주기로 하는 분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
시니어 어쏘일 때는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오거나 문자가 오면 (나는 일반적으로 전화는 괜찮아 하는 편임) 굉장히 부담스러웠는데(놓치는 경우도 있고, 휴대폰으로 쓰면 오탈자도 많이 내고, 개인적인 연락이랑 섞일까도 너무 우려되고, 각잡고 보내야 하는 게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요새는 그냥 고객이랑 라포가 형성되니까 연락 방법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 연락도 내 스타일대로 막 해버리기도 한다. 고객님이 싫어하시려나요. 카톡 문자 전화 다 상관 없고 오히려 회사 전화로 연락이 오면 불편한 느낌이 된다. 그래서 아예 회사 전화는 휴대폰으로 착신해두었고, 아이폰이 이상하게 회사 주소록이랑 연동이 잘 안되어서 오히려 회사 사람 전화가 누구 전화인지를 정확히 모르는 사태가 발생.
* 2월에 미리 계획된 휴가가 있었는데, (프로젝트나 단건을 시작할 때 설 전에 끝난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정상 그렇게 되지는 않아서) 휴가와 업무가 엄청나게 겹쳐 버렸다. 휴양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노트북 작업을 하는데 순간 헛헛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너무 놀고 싶어서ㅠㅠ). 헛헛한 마음이 순간 들면 로펌 변호사는 더 못하려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코로나 때 많이 지쳤었는데, 나는 해외여행으로 스트레스를 쭉 풀고 그걸로 또 3-4개월을 버티는 사람이어서 그걸 못하니까 스트레스 발산을 못해서였다고 생각한다. LLM 가자마자 한 맺힌 사람처럼 매주 미국 국내 여행 다녔는데, 아마 코로나 때 여행 못 간 것의 반작용이었던 듯. 그때는 해외 안 가니까 휴가 쓰기 싫어서 막 여름 휴가도 안 가고 그랬다.
아무튼, 휴가에 헛헛한 마음이 핵심이라기보다는.....다른 마음이 핵심이기는 한데, 놀랍게도 내가 직접적으로 연락하는 고객이 시킨 일이나 예정된 일에는 화도 슬픔도 헛헛함도 아예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국내에 계신 변호사님들의 상황을 몰라서 연락이 빨리 안되니까 답답함이 있더란 것이지. 헛헛한 마음은 주로 예상치 못하게 업무가 당겨지거나 갑자기 뭐가 터졌을 때 생겼다. 모 선배는 이 지점을 들어서, (삐빅) 로펌 변호사가 천직입니다라고 판정해주셨는데, 모를 일이다.
* 내가 가장 존경하는 법조인 Top 2에 드는 대표님을 지나가다 만났다. 웃으시면서 - 어쏘일 때랑 파트너일 때 뭐가 다른 것 같냐, 요새는 좀 적극적이니? - 라고 물으니까, 나도 솔직하게 - 변호사님, 역시 주인의식은 주인에 근접해야 생기는 것 같아요. 어쏘 때 제 주인의식은 "주인" 의식은 아니고 그냥 제 일 책임감 있게 하려던 생각인 것 같습니다! - 라고 말씀 드렸다. 대표님이 빵 터지셨다. 잘해보라고 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획을 하고 시장을 공부하려고 하는 자세는 정말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 대표님이 항상 고객을 만나기 전에 고객의 니즈는 무엇일지 찾아보고 만나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지난 주에도 고객 만나면서 노력이 좀 소홀했네. 인간적인 나의 매력 발산도 중요하지만, 노력을 계속해서 하고 적절한 습관을 만드는 것도 너무 중요한데, 자꾸 대충 매력으로(?) 뭉개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더 노력하자!!
* 나이가 먹을수록 사람의 풍채와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서 드디어 다이어트라는 것을 해볼까 생각 중인데, 생각만 하고 있다. 일단 자세가 바른 것이 중요한 것 같아서 필라테스를 끊었다. 나에게 왼쪽의 힘이 더 세다고, 오른쪽 틀어짐을 바로잡는 법을 많이 알려주셨다. 선생님이 내가 진짜 못하는데 칭찬 해줘서 넘 감사하고 재미있고 좋았다. 열심히 다녀야지라고 다짐해본다. 일단은 헬스랑 병행하고, 좀 더 익숙해지면 아무래도 수영을 다녀야겠다. 수영 잘하고 싶다.
* 사람의 신체는 지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은 시니컬하지 않은 것이 필요하다. 올해는 덜 지치고 덜 시니컬해서인지, 신입 변호사들에게 좀 더 상냥한 나 자신이(?) 느껴진다. 아마 신입 변호사들은 못 느끼겠으나...나에게 느껴지는 미묘한 변화가 있다. 체력이 국력이다,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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