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7.의 일기.
1. 정신차리고 공부를 해보려고 했으나 아침에 눈을 뜨니 오전 11시, 점심 먹고 다시 졸려서 잤고 눈 떴더니 오후 3시... 저녁 약속까지 그냥 빈둥댔다. 의외로 civil procedure 강의를 들어보니 취향에 맞아서 재빠르게 1개 강의를 들었다. 여전히 진도에 많이 뒤쳐져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거리를 벌렸지만) 내 결심상 오늘까지 노는날이므로 괜찮다고 정신승리를 해본다. 한국 가는 친구와 피자를 먹었다.
Civil procedure 선생님은 구조화 시켜서 설명하는 걸 좋아한다. 스텝 원, 스텝 투..이런식으로 나눠서 분절해서 설명하는데 이런 설명 방식은 가장 내 마음에 드는 방식이다. 들으면서 따로 구조화할 필요 없이 내용 자체가 구조화 되어 있어서 생각할 때 부담이 많이 적다.
2. 갑자기 체력이 급 저하되어서 공부도 운동도 뒷전이다. 날씨탓만 하기에는 꼭 날씨 탓은 아닌 거 같구 하기 싫어서도 아니구... 며칠 안움직이고 먹기만 했더니 (체력 저하 핑계로) 살이 통통히 올랐다. 안그래도 통통히 오른 살인데 거기다가 잘먹으니 가을 전어 마냥 통통하구만. 코끼리처럼 통통하다고 해야하나.
보다보니 마음에 들었던 주부 육성중 63화. 직업이 잘 어울린다, 천직같다는 말에 육성중의 대답. 직업은 소명이 아니다. 그래도 늘 불나면 뛰쳐가는 그를 보면 직업에 무엇인가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건 무엇일까? 직업은 직업이라는 거, 내가 늘 속으로 나 자신에게 외쳐주는 생각인데, 그럼에도 직업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은....뭐라고 해야지 미국 수돗물을 브리타로 받아서 마시면 미끌미끌한 기분이 입 안에 남아있을 때가 있는데 그런 미끌미끌함이 입 안에 가득히 남아 있다고 해야하나. 비유력 보소.
통찰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통찰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한다. 내가 그나마(?) 통찰이 있다고 할만한 영역들은 잘 생각해보면 나의 장기간의 고통이 집약되어 만들어진 것들이다. 물론 고통스럽기만 하고 통찰이 없는 영역도 많지만서도... 작은 성취와 소소한 행복을 찾을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인생 전체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인데 (그리고 아직도 알아가는 과정인데) 수많은 정도의 스펙트럼 속에서 내가 바라는 RGB를 점으로 딱 찍기가 굉장히 어렵다. 나이에 따라 채도도 명도도 달라져서 원하는 색상이 아니게 되어서 다르게 벗어나야 할 때도 있고... 정답은 없고 내가 가는 길이 옳지도 않으며 다만 통계적이고 경험적으로 확률이 높은 일이라는 것을 머리로 알면서도, 그 통계와 확률을 벗어나면 불안해지고 그렇다고 그 안에 있으면 불안한 그런 이 중생을 어쩜 좋으리오. 사람이 태어나길 덜 예민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예민하게 태어났기에 그런 성취를 얻었다는 생각도 한다. 인생의 모든 것은 끼워팔기. 원하는 것만 가질 사람은 극소수.
글쓰기 재주가 있었으면 좋겠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머릿속으로만) 끊임없이 했다. 컨텐츠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무엇이 되었든 (글, 그림, 음악 등등등)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런 창작을 하려면 조금 모난 캐릭터도 사랑해주고 어떤 서사는 줄이고 쳐내야 하고 어떤 서사는 길게 늘여 써야 하는데, 난 그런 재능이 없다. 아이고 안타까워라. 물론 그걸 알면서 노력도 안하는 중인데....읽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뭐. 한동안 책을 읽지 않았는데, 갑자기 또 막 책이 읽고 싶은 기분.
2023. 6. 28.의 일기
3. 야심찬 계획. 전날 짜고 1시에 침대에 누우러 갔는데 결국 새벽 3시에 잤다. 핸드폰을 부숴버리던가 쇼츠를 없애버리던가 해야지..유튜브 프리미엄 결제했다가 큰코 다치는 중. 역시 계획은 세울 때 세밀한데....6시에 일어나긴 개뿔 눈 뜨니 10시반, 정신차리니 11시 15분이다. 호호호호 침대에서 바로 눈뜨는 삶을 살아야겠다라고 안되는 다짐을 한 번 더 해본다.
꼴에 약간 공부 조금 했다고 맨날 피곤하고 목이 다시 뻣뻣해지기 시작해서...균형잡힌 삶의 중요성을 생각해 본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대충 살았기 때문에 오는 고통 아닌가.
4. 그래서 결국 오늘 하루는 계획한대로 어떻게 갓생까지는 아니지만 준 갓생은 살아보았는가? 그래도 오랜만에 꾸역꾸역 찰스강변 걷긴지 달리긴지 했고 (한시뮤), 드러눕고 싶을 때 청소하고 냉털을 시도했다는 점에 가산점을 드립니다! 미국살이 얼마 안남은 것이 팍팍 느껴지는게, 오늘 나도 모르게 냉장고에 있는 남은 음식 확인해보고, 더 이상 grocery를 사면 안되겠다는 계산을 했단 말이지. 냉털을 하고 다음 음식으로 넘어가야겠다만 일단 내일 크로아상이나 먹으러 가야지.
공부 열심히하는 것도 아닌데, 그놈의 공부 좀 했다고 목 통증이 다시 나를 찾아온다. 으아아아아악!
5. 그동안 귀국 욕구의 8할을 지탱하던 것이 그놈의 평양냉면과 막창순대였는데, 드디어 미국에 평양냉면 집을 찾았다 (혹은 생겼다). 오늘 기준 리뷰가 25개 있는 뉴욕 Moono. 이 식당의 존재를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한국이 제일 잘맞아! 하는 마음이 줄어들었을까? (그럴리가)
https://goo.gl/maps/vUyha3fq3xWozwit9
'STUDY > 얼렁뚱땅 뉴욕변호사 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Ny bar] day 26-27 - MEE과목 수강 중 (0) | 2023.07.04 |
---|---|
[NY Bar] Day 25 - MBE 과목 수강은 끝 (0) | 2023.07.02 |
[NY Bar] Day 23-24 - Tort 교수님 귀엽네 (0) | 2023.07.01 |
[NY bar] Day 20 - 정신 차려라 (0) | 2023.06.27 |
[NY bar] day 17 - 19 정신차려보니 3일을 파업했네 (0) | 2023.06.26 |
[NY bar] day 16 - 밤새워 진도를 맞추고 놀러가려는 심보는.. (0) | 2023.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