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잠시 한가롭다. 3일 째. 급한 일도 별로 없고, 적당하게 후배들에게 일도 모두 내렸고,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초조하지도 않고, 다음 주부터 시작할 volume이 상당히 큰 업무가 있어서 어차피 이번 주라도 놀아야 겠다고 싶기도 하다. 내부적으로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와 사적으로 해버리면 좋을 일들이 산적해 있으나, 잠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번 주는 "월루"(월급루팡)을 해보자고 결심한다.
몇 달 간 달리던 일이 끝이 났다. 설 직전부터 시작해서 월요일까지 대체로 쉼 없이 달렸다.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이해관계자가 많았고, 딜이 뒤로 갈수록 이해관계자의 수는 더 늘어났고, 하루에도 Dear BHSN - Dear OOO, OOO 변호사님, OO 팀께로 시작하는 매일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 모든 메일에 답을 해야 했고 답을 하지 않는 메일도 모두 읽기는 해야 했다. 점점 다들 f/u이 안되어 가는 게 보이는 한편, 그래도 어떤 부분들은 어떤 사람은 f/u을 하고 메워주기 시작하면서 쫀쫀하게 붙어 오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에 그런 생각을 했다 - 역량 부족, 그래 내 역량이 너무나도 부족하구나. 1-2년차 때 하던 생각이 돌고 돌아 파트너 1-2년차에 다시 떠오르는 팝업. 나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하다.
열정도 없고, 재미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은지 꽤 되었다. 12월에 너무 갈린 다음 바로 이 일이 다시 시작되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몇 주 놀아야 회복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또 실컷 놀면 일하고 싶어지려나? 마음 뛰게 하는 일이 생겼다가 소멸했다가 생겼다가 소멸했다가... 이렇게 마음 정리를 또 해본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하는가?
- 의외로 내 주변에서 실체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 모두 형식적인 것에 어느 정도 예민하다. 내용이 중요하고 포장이 안 중요하단 말은 포장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한테 하는 말이지, 형식적인 것 다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통 일 못하면 형식에도 둔감함.
- 내가 아무리 유려하면 뭐함... 일이 해결이 안되면 끝인 듯하다.
- 빠르게는 꽤 치는 것 같은데, 잘 치는 것은 못하는 것 같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개복치여.
'WORK > 나의 변호사 생활기: jot down'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년차 D-42, 그냥 마음 다스리려 쓰는 아무 글 (2) | 2025.01.20 |
---|---|
. (4) | 2024.09.20 |
무더운 여름과 장마, 그리고 냄비 태움 (4) | 2024.07.30 |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지어다 (2) | 2024.05.29 |
게으름 반성문 (0) | 2024.05.12 |
오늘도 스스로 계속 되뇌인다 (2) | 2024.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