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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나의 변호사 생활기: jot down

오랜만에 한가롭다

by 적일행 2025. 3. 26.

오랜만에 잠시 한가롭다. 3일 째. 급한 일도 별로 없고, 적당하게 후배들에게 일도 모두 내렸고,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초조하지도 않고, 다음 주부터 시작할 volume이 상당히 큰 업무가 있어서 어차피 이번 주라도 놀아야 겠다고 싶기도 하다. 내부적으로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와 사적으로 해버리면 좋을 일들이 산적해 있으나, 잠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번 주는 "월루"(월급루팡)을 해보자고 결심한다. 

 

몇 달 간 달리던 일이 끝이 났다. 설 직전부터 시작해서 월요일까지 대체로 쉼 없이 달렸다.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이해관계자가 많았고, 딜이 뒤로 갈수록 이해관계자의 수는 더 늘어났고, 하루에도 Dear BHSN - Dear OOO, OOO 변호사님, OO 팀께로 시작하는 매일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 모든 메일에 답을 해야 했고 답을 하지 않는 메일도 모두 읽기는 해야 했다. 점점 다들 f/u이 안되어 가는 게 보이는 한편, 그래도 어떤 부분들은 어떤 사람은 f/u을 하고 메워주기 시작하면서 쫀쫀하게 붙어 오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에 그런 생각을 했다 - 역량 부족, 그래 내 역량이 너무나도 부족하구나. 1-2년차 때 하던 생각이 돌고 돌아 파트너 1-2년차에 다시 떠오르는 팝업. 나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하다.

 

열정도 없고, 재미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은지 꽤 되었다. 12월에 너무 갈린 다음 바로 이 일이 다시 시작되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몇 주 놀아야 회복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또 실컷 놀면 일하고 싶어지려나? 마음 뛰게 하는 일이 생겼다가 소멸했다가 생겼다가 소멸했다가... 이렇게 마음 정리를 또 해본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하는가?

- 의외로 내 주변에서 실체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 모두 형식적인 것에 어느 정도 예민하다. 내용이 중요하고 포장이 안 중요하단 말은 포장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한테 하는 말이지, 형식적인 것 다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통 일 못하면 형식에도 둔감함. 

- 내가 아무리 유려하면 뭐함... 일이 해결이 안되면 끝인 듯하다.

- 빠르게는 꽤 치는 것 같은데, 잘 치는 것은 못하는 것 같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개복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