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후반부터 스몰 번아웃이 왔다. 마침 도시노동자 친구들도 다 스몰 번아웃 시기. 9년 동안 다들 번아웃을 지독히도 겪어 대었는지 다들 (스몰 번아웃 - 기분이 안좋음 - 설명은 힘든데 그럼) 정도의 상태를 빠르게 설명하고 치고 빠진다. 1-2주만 게으르고 싶다. 이번 주 너무 연차 쓰고 싶은데 잔잔바리로 치고 올라오는 일들 때문에 잘 안된다.
일을 해태하고 집으로 튈거면 잠이라도 푹 자면 좋은데 멜라토닌이 약간 잘 듣지 않기 시작했다. 혹은 내 몸이 온힘을 다해서 이깨물고 멜라토닌 먹고도 안 자려고 하는 것일까. 기분이 영 찝찝.
그 좋아라하던 걷기도 귀찮고 잘 챙겨먹던 식사도 대충 다사먹고 밤에 혼술 사먹는 한심이로 회귀.
요새 여러 에피소드가 얽혀서 총체적으로 사기꾼이 된 기분이면서 동시에 기가 너무 빨렸다. 내가 기빨리는 일은 잘 없는데…. 일이 점점 외로워지는 과정인데 갑자가 정말 여러 개가 얽혀서 외로움이 폭발하는 느낌이어서 절친하고 내 바닥까지 다본 동료들에게 왱알왱알…..
0. 간밤의 심란한 통화. 이쪽도 저쪽도 다 이해가 되는.
1.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마음의 소리가 뭘까, 그리고 잃어가는 건강에 관한 대화. 제일 알기 어려운 건 내 마음.
2.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 언제 내가 그리 잘 가르쳐줬던가라는 생각 하나, 초년생은 확실히 내가 뭘 줄 수 있는 사람보다는 내가 뭘 기대하는지를 말하게 되는구나 하나. 도망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3. 보고 싶지 않은 민낯들과 답없고 의욕없고 비전없음. 각자 불만만 말하면 뭐 어쩌라고. 업계가 노답인 거 같기도 하고.
4. 젠틀하고 똘똘해보이는 상대방 관계자.
5. 팀킬하고 싶은 순간. 일을 잘 못하고 매일 사고 치고 덜렁대고 있어서 그냥 튀는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요새 내가 우겼는데 틀린 것도 있고, 내가 이상하다고 했는데 위에서 괜찮다고 했는데 막상 고객회의하거나 하면 고객이 똑같이 그 말을 할 때도 있다. 예전에 후자의 경우에는 그냥 아 뭐래 내말이 맞았는데 싶었을텐데 요새는 더 설득하고 우길걸 왜 못그랬나 괴로움.
밤에 너무 스트레스받고 잠까지 설친 후 굳이 못일어나고 침대에서 두시간 째 회피 본능 발동 중. 이 모든 것은 내가 단단하지 않아서, 그리고 그릇이 작아서. 남의 말에 흔들리지 말지어다, 생각하지 말지어다, 안 맞으면 외면하면 그만이고 더 힘들면 떠나면 그만이다. 고만 곱씹어라.
'WORK > 나의 변호사 생활기: jot dow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4) | 2024.09.20 |
---|---|
무더운 여름과 장마, 그리고 냄비 태움 (1) | 2024.07.30 |
게으름 반성문 (0) | 2024.05.12 |
오늘도 스스로 계속 되뇌인다 (2) | 2024.04.09 |
나라도 나를 사랑해야 (1) | 2024.04.07 |
체력이 실력 (2) | 2024.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