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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나의 변호사 생활기: jot down

오늘도 스스로 계속 되뇌인다

by 적일행 2024. 4. 9.

갑자기 다시 동시에 다들 진행되기 시작하니 정신이 없다. 

 

일을 할 때 감정을 많이 섞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 연차가 차면서 줄어 들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좀 놀았다고 다시 또 감정을 섞는 버릇이 튀어 나온다.

 

오늘도 갑자기 목요일까지 끝내야 할 것들이 마구 쏟아지니까 스트레스가 너무 올라와서 스스로에게 계속 "아니야 스트레스 받지마! 스트레스 받지마!"하고 큰소리로 말해주고, 방에서 노래 부르는 증상도 시작되었다. 예전엔 스트레스 낮추는 거에 직빵이었는데 이젠 아주 즉효약까진 아니다. 조금 나아졌고 집중력 좀 내려가서 방심하면 바로 다시 스트레스 지수 폭발.

 

 

소송을 안해서 나 자신에게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하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포인트는 "외로움". 혼자 결정하고 혼자 처리하고 혼자 아무말도 안하고 계약서 쓰고 하고 있으면 굉장히 외롭다. 이래서 "내고객"이 중요한 것 같기도 한게, 어쨌든 고객이랑 상의할 때 훨씬 intimate하니까... 

 

몇 년 다녀보니까 나는 일할 때 외로운 것을 정말 못 참는 편이다. 

예전엔 선배들이 나만 맡겨 놓고 간다는 느낌을 받으면 정말 외롭고 정신 파괴되었는데, 연차가 차니까 이젠 후배들이 "남 일"인 것처럼 하면 또 거기서 상처와 정신파괴가 된다. 선배들은 눈치라도 안봤지(선생님이 수임하셨잖아요!) 후배들은 눈치까지 보인다. 일을 시키는 거는 나니까..

 

그런데 또 사소하게 마음이 풀리는 것이, 일을 같이 해주는 느낌, 같이 고민해주는 느낌이 들면 세상에서 제일 든든하고 마음도 풀린다.  이제쯤 올 때가 되었는데 왜 안오지 하던 후배가 와서 생각치 못한 쟁점까지 다 봐서 말해주니까, 오늘은 같이 수다 떠는 후배 변호사님이 (업무 improve를 위해) 다른 교육 과정을 다녀 보겠다고 하니까, 사적이면서 공적인 일을 부탁 드렸던 후배 변호사님이 휴가까지 써서 그 일을 해주니까, 그래 난 혼자가 아니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일희일비의 마음.

 

생각할수록 기본적으로 로펌 변이 안맞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 결정도 못해, 외로움도 못견뎌....

 

 

그래도 아사리판과 감정적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스스로 좀 큰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여전히 치고오르는 스트레스에 징징거리는 것은 동일하고 스트레스 관리가 잘 안되긴 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감정과 현상을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멘탈이 안 좋은 와중에 누가 "이런 말"을 한 "이런 말"에 별 뜻 없고 심각하게 생각할 것 아닌 것 하나 (객관적 사실), 그렇지만 멘탈이 안 좋은 내가 "이런 말"로 상처입고 힘든 것도 하나 (나에게 주관적 사실), 그래서 남 탓을 할 순 없지만 내 감정의 찌끄러미가 가라앉을 때까지 그 누구를 피하고 나도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하나 (대응 방안).  

 

감정의 거스러미들은 체력이 나쁠때, 우유부단할 때, 잠을 못잤을 때, 다이어트를 할 때(?) 끊임없이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