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언니가 늘 입버릇 같이 달고 살던 말. 이 밤만 지나면 어떻게든 끝이 나 있다.
정말, 이 밤만 지나면 끝나 있다. 그게 망해버렸건, 해소를 했건, 욕먹을 결말이건, 집에 가서 쪽잠을 자도 되도 될 결과이건.
복직 이후 버스들 사고 파는 거 할 때도 1차 위기였는데, 그때는 그래도 오드림 님이 모자란 나 챙기느라 고생했고...지금 복직 이후 페이스 찾은 다음 최대 위기다. 다음주초쯤 해소가 될 것 같긴 한데.....제발 절 살려 주세요. 다음 주 금요일에 연차쓰고 호캉스할테다.
화요일에는 6시간 걸쳐서 출장을 다녀온 다음 KTX에서 밥 못먹게 하니까 열차기다리면서 밥을 와구와구 먹고, 바로 보고회를 가서 3시간 동안 떠들고, 돌아와서 영문 회의록 쓰고(나만 어쏘ㅠㅠ), 자료 정리하고 이것저것 보내다 보니.....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6시께에 출근했는데, 퇴근을 새벽 4시반에 했다. 이날만 이랬으면 좋은데, 1-2주째 약간 이상하게 꼬여서 계속 외부일정+복귀+거의 밤샘을 하다보니까 정신을 못차리겠더라. 내 승모근 튀어나오는 중.
야근하면서 너무 집중이 안되어서 노래를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부르면서(네???) 일함ㅋㅋㅋ다행히 주변 방에 고문님들 밖에 없어서(네 저는 다른팀 구역으로 쫓겨와 있습니다) 노래를 불러도 아무도 모른다. 아니 누가 들었으면 어카지 창피하네.
잠을 못잤더니 이상하게 뇌 기능이 저하되어서 팥님께 "변호사님 그거 검토중인데..그거 그거뭐라하죠 그 계약 그거 있잖아요" 남발ㅋㅋㅋㅋ알아들은 파트너님이 용함ㅋㅋ주말에 토플 시험 한 번 더 보기로 했는데, 스크립트를 짬짬이 외우고 있었는데 한 단어도 생각이 안나더라. 그런데 날짜 변경은 화요일까지 되더라구^^? 아 도저히 안되겠다, 이러다 25만원 공중 분해되겠다 싶어서(물론 술먹고 분해는 안아깝지!) 수요일에는 곱게 퇴근해서 곱게 잠들었다.
연차를 먹을수록 조금만 무리해도 개복치가 되어서인지 몸이 회복이 잘 안된다. 어제 잔 것만으로 충분치 않은듯. 이럴 때는 오전에 좀 천천히 나와야 좋은데, 오늘 클로징도 있고(파트너 변호사님은 백신 맞아서 몸이 안 좋으신데다가, 체결본이랑 서류 챙길 때마다 내가 출장중이라 본인이 직접 챙기셔서 미안해서 차마 해달라곤 못하겠더라), 아침부터 영어 컨콜도 있고, 점심에는 컨펌자 식사 모임도 있고 그래서 마음이 조급해서 나왔다. 점심식사하면서 분위기 탓에 와인 한잔 곁들이고 나니까 뭔가 노곤 피곤 해서, 계약서 쉬운 거 1개 마무리하고 나서 일을 거의 못했다. 이게 바로 사무실의 장점인가. 아무도 안 찾길래 오후 4시부터 계속 누워만 있었다. 방금 일어났다...(밥은 중간에 먹고 딴짓도 오지게 함). 중간중간 후배가 보내주는 실사보고서 약간 끼적대고 (나는 일 안하면서) 고쳐달라고 요구하며, 오늘 보내야 하는 검토의견 1과 의견서 1은 내일 아침에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 되어 있을 거라고 혼자 주문처럼 되뇌임. 하 예전 버릇이 다시 도졌는데, 검토를 할 나 자신을 감당을 못하니까(검토를 못하겠으니까) 계속 네이버 시리즈에서 예전에 본 소설 다시봄ㅠㅠ(천월연가 날 가져요)
사실 마음이 덜 급한 것도 맞다. 수요일 되니까 몸은 녹았는데, 아 금요일까지만 하면 되지라고 하면서 설설한 것도 있다. Trash.....그러나 내일은 2개 다 나가야 한다. 건방진 나 자식아 끝내자.
이 밤만 지나면 어떻게든 끝나 있다. 어떻게든......!
할 수 있다. 나는 능이할 수 있다. 능이버섯이다 나는 바로.
나는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다. 이제까지 버틴 것도 장하다. 세상에 더 대단한 사람이 많지만 이정도면 나도 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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