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법(1) - 코로나로 격리되었던 주당

잘 익은 무와 아쯔칸의 조합

 

나는 꽤나 "0"과 "1"의 사람이어서(나와 가까운 지인이라면 모두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도무지 적당히를 배우지 못한 사람처럼 군다. 이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나의 알콜 사랑인데, 0잔 혹은 1잔을 먹거나, 혹은 취할 때까지 마셔야 하는 것이다. 적당히 두 세잔을 먹는다는 선택지는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이 지점 때문에 절주보다 금주가 나에게는 더욱 쉽고, 지금은 연간 금주 기간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격리되면서 넷플릭스에서 이런 저런 컨텐츠를 뒤적이다가 빠져든 이자카야 봇타쿠리. 내가 좋아하는 감성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심야식당 - 도쿄스토리 류의 감성이다. 세상 어딘가에 나의 고민과 심리치료 상담을 해주면서도 술값은 싸고 밤 늦게까지 오픈해주는, 그렇지만 과음은 참아주지않고 내가 적당히 취할 정도로만. 세상에 메뉴는 계속해서 바뀐다. 이런 술집 어디 없나요. 선술집 바가지도 딱 고만치의 감성이라 참 좋았다. 

 

https://www.netflix.com/title/81344224

선술집 바가지 | 넷플릭스

 

심야식당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주인공인 미네가 끊임없이 일본주(우리가 사케라고 부르는 수많은 술은 사실 "일본주", 그러니까 "니혼슈"이다. 사케는 말 그대로 "술"을 지칭)를 따라주고 집에서 먹는 반찬과 어울리는 페어링을 내놓는다는 것. 일본 음식이라면 환장하는 나는 바가지를 집에서 담긴 채 보다가 너무 아쯔칸(뜨겁게 데워 먹는 술)과 누루칸(미지근하게 데워먹는 술)이 먹고 싶어서 눈물이 찔끔 날뻔 했다. 평소에 무와 곤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일본 오뎅집에 가서 먹는 무와 까만 점이 많이 찍힌 곤약만큼은 내가 환장해서 미친다. 봇타쿠리를 보는 내내 오뎅에 아쯔칸 먹고 싶다를 아주 입에 달고 살았다. 

 

갑자기 샛길로 새자면 봇타쿠리 보다가 처음 배운 문화인데, 사케를 마스잔(사케 받치는 나무 잔?)에 따라마시는 문화. 마스잔 넘치게 따라주는 미네 보면서 이자카야 사람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http://culzine.com/paper/view/1411

Culzine - [酒전부리] 사케 이빠이?!?! 사케 이빠이!!!

 

배달의 민족에게 허용되지 않는 술 배달

 

만약 코로나만 없었다면 연간 금주기간이고 뭐고 뛰쳐 나가서 아쯔칸을 먹고 말았을 테지만, 나는 격리 지침을 준수하는 성실한 한국인이므로 뛰쳐나갈 수 없었고 강제로 금주기간을 잘 지켰다. 이 금주기간만 끝나면 반드시 아쯔칸을 먹으리 하고 내적 외침을 다하였다. 

 

배달의 민족에게 배달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술. "주류 배송"으로만 검색해봐도 다양한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래 글에서도 술 배달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설명하고 있다. 

 

이슈를 분석한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

https://www.nars.go.kr/report/view.do?cmsCode=CM0018&brdSeq=36677 

국회입법조사처

 

주류의 통신판매가 규제되는 것은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덕(국세청고시 제2021-14호).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주류면허법)에서는 국세청장에게 주류에 관한 다양한 명령권한을 주었는데, 그 중 하나가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이다. 국세청이 주류를 관리한다니 주류가 정말 세금 도둑이기는 한가보다라는 막연한 생각.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위 고시에는 주류를 "통신판매"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잘 열거되어 있다. 고시 제3조를 보시라. 

 

우선 주류제조자 중 통신판매 승인을 받은 자가 통신판매 가능한데, 잘 보면 대부분 전통주에 해당할 법한 것들이 통신판매 대상이다(고시 제3조 제1항). 전통주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다 통신판매되는 것은 아니고 통신판매 승인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통신판매 수단도 열거해서 한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우체국 방문 주문, 전통주 제조자 인터넷 홈페이지, 전자상거래 사업자의 쇼핑몰과 휴대전화 앱 등 몇 가지로 열거되어 있다(고시 제4조). 대부분 쇼핑몰로 팔 생각을 할 테니 상관 없으려나 싶기도 하고. 

 

1. 「농업ㆍ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제3조에 따른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와 「수산업ㆍ어촌 발전 기본법」 제3조에 따른 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주류제조장 소재지 관할 특별자치시ㆍ특별자치도 또는 시ㆍ군ㆍ구(자치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및 그 인접 특별자치시 또는 시ㆍ군ㆍ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여 제조하는 주류로서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8조제1항에 따라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특별자치시장ㆍ도지사ㆍ특별자치도지사의 추천을 받아 제조하는 주류 
2.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제17조에 따라 인정된 주류부문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같은 법 제32조에 따라 인정된 주류부문의 시ㆍ도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하는 주류 
3. 「식품산업진흥법」 제14조에 따라 지정된 주류부문의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 
4.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따라 1999. 2. 5. 이전에 제주도지사가 국세청장과 협의하여 제조허가를 한 주류 
5. 관광진흥을 위하여 1991. 6. 30. 이전에 건설교통부장관이 추천하여 주류심의회 심의를 거친 주류 

 

통신판매 승인을 받지 않고 팔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고시 제3조 제3항). (i) 배달음식 시키면서 술을 시키는데 술 가격이 배달음식 가격 이하여야 한다(1호). 배달의 민족에서 주류를 시키려고 하면 관련 내용이 잘 나와 있다. 한번 try 해보자. (ii) 앱으로 주문한 다음 픽업하는 방식이다(2호). 이 방식을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GS25의 와인 24, 데일리샷일 것 같다. 

 

1. 전화, 휴대전화 앱(app) 등을 통해 주문 받아 직접 조리한 음식과 함께 주류(1회 총 주문금액 중 주류 판매금액이 50% 이하인 주류에 한한다)를 배달하는 음식업자(「식품위생법시행령」 제21조의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는 자)(2020.7.1. 개정)

2. <삭제, 2021.5.14.>

3. 전화, 휴대전화 앱(app) 등을 통해 주문받은 주류를 판매영업장 안에서 직접 대면하여 소비자에게 인도하는 주류소매업자 

 

내가 간혹 애용하는 (위스키 살 때 애용 중) 데일리샷 기사. 매장이 꽤 지방 여기저기 솔찬히 제휴되어 있어서 편하다. 가격은 복불복 인듯. 아주 싸다는 느낌은 별로 못받았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11/1083870/

200만원짜리 양주를 온라인서 주문하고 주변 식당서 픽업

 

결국 내가 술을 먹으려고 했다면 배달의 민족에서 아쯔칸을 검색해서 아쯔칸 가격보다 높은 음식과 함께 배달을 주문 했으면 될 법도 한 것인데......그런데 배달의 민족에서는 술을 시키면 주민등록증 검사를 요구하므로... 코로나19로 격리 중이어서 배달원을 접촉할 수 없는 나에게는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 이렇게 코로나19덕에 금주 목표를 하루 더 준수하였다. 

 

별 관계는 없는데 그냥 배송하다보니 떠오른 생각

 

물론 배달 안되는 것이 술 하나만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약품도 배송이 되고 있으나 원래는 배송이 안되었다.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9737 

‘의약품 택배배송 문제’ 현재 진행형 - 의학신문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314 

의약품 배송, 의료와 산업의 온도차 - 히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