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쓸 때는 남들이 잘 검색하는 주제에 관한 것을 써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또 아직 돈 벌 준비가 안되어서 인가(?) 그런 글을 잘 못 쓴다. 이 티스토리에는 원래 "계약서에 날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와 같은 컨텐츠를 채우려고 한 것인데 하면서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걸 마구 찌끄리다보니까 엉망진창 아무거나 일기 쓰듯이 담은 티스토리가 되어 버렸다.
계속해서 1위를 차지하던 "계약서에 날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제를 넘어선 것은 미국 유학가는 친구에게 하기 좋았던 선물.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LLM 관련 글들&뉴욕바 관련 글들이 높은 조회수 차지. 고로 변호사들만 보는 티스토리가 된 것이다(!!!).
이 와중에 복귀일기 2탄의 선전이 놀라운데(!!) 과연 누가 읽기나 할까 싶은 신변잡기에도 독자가 있는 것이 황송할 따름. 얼레벌레 사는 모양새를 의식의 흐름으로 (윤문도 안하고) 마구잡이로 써내리고 있는데, 이런 지면 낭비에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2. 세상이 좁다, 좁다 하지만 정말 좁은 것을 또 느낀다.
하버드 로스쿨 갈 때, 정작 한국 사람 중에는 내가 알만한 사람이 없었는데 일본인(!) 중에 아는 사람이 있었다. 로스쿨 때 일본 학교와 교류하는 데 참석했는데, 그때 좀 가깝게 지냈었던 K군이 거기에 있었던 것.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미국에서 만난 느낌이라 참으로 새로웠다.
복귀하고 파트너 변호사님(나의 주당 멘토)을 졸라서, 파트너 변호사님의 돈으로, 식사를 했다. 계속 멘토님에게 칭얼거리며 고객은 어디서 만나냐, 나를 위해 수임을 더 해와라(역시 뻔뻔하기가 장난이 아니다), 난 어떻게 먹고 사냐! 등등의 술주정을 했더니 실행력이 높은 그는 바로 그자리에서 저녁 식사 자리를 연달아서 예약해주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멘토와 함께 일했던 공공기관 담당자님을 만나서 저녁식사를 했다. 공공기관 담당자님이랑 막 이야기하다가, 그 주무부처에 내가 정말 친한 친구가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 제 친구가 그 부서에 있는데요. XX 건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름이 뭐에요?
XXX 사무관입니다.
나 방금도 통화하고 왔는데요?
세상 좁다. 착하게 살아야지. 정확히는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한계가 있으니까, 이사람 저사람 겹친다 겹친다 하면서 하나를 알게 되면 고구마줄기처럼 우루루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정말 어떤 "네트워크"를 타는 것이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한 번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면, 그 네트워크에서 계속 비슷한 사람끼리 돌고, 돌고.... 얼마 전에 모 회사 사내변(학교 선배이기도 함)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보니, 누구 아시죠, 누구 아시죠, 또 누구 아시죠... 다 고만고만한 커뮤니티 내에서 서로 고만고만히 알고 있다.
3. 일을 할 때 소통이 잘 되어 있으면 일하기가 편하다는 것을 느낀다. 말을 안해도 찰떡같이 이해하고 있다면? 물론 지침화되어 있지 않은 사항들은 지침으로 만들면 더욱 편하지만, 서로 스타일을 잘 알면 말을 안해도 잘 알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음주로 소통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요새 회사에서 다른 실험(?)을 해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얻은 게 많다. 일방향 소통인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
후배들이 다른 변호사님에 관한 칭찬을 해주면서 이러저러한 요소가 좋다고 해주는데, 반성해본다. 나는 과연 그렇게 좋은 요소를 갖추고 있는 선배인가?
후배들이 말한 일하기 편한 선배
(1) 일정을 확실하게 관리해주는 선배
(2) 최종보고서 나가기 전에 중간에 리뷰하면서 마크업도 해주고, 정성을 다해주는 선배
실사하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도 많이 들었는데, 내가 정말 대충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예: 나는 후배가 본 raw material은 다시 잘 안봄 > 다들 다 본다고 말해줌) 어떻게 다들 시간에 맞춰서 일하는거지?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역시 정성을 다하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내가 안 꼼꼼하단 건 잘 알고 있었는데(요새 특히 많이 느낀다 계약서 쓰면서ㅠㅠ) 정성이라도 다하자...
4. 이 글을 쓴 중요한 이유였는데 까먹었다.
미국에서 MPRE 공부할 때는 정말 진심으로 재밌었는데(!! 의외로 윤리적인 나 !!) 진짜로 변호사가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의 행동지침이 꽤 자세히 이해된다는 점이었다. 내가 변호사가 되어서 이해가 잘되는 걸 수도 있는데, 아무튼 conflict 관련 공부는 좀 해보아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한 기억이 난다. 꼭 필요한 부분 같아서.
요새 마음의 갈등을 느끼는 일이 있다. 왜 찜찜할까. 왜 하기 싫을까. 내가 자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스스로 어떻게 접근할지 정리가 안된 부분도 있고 이래저래 얼키고 설켜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변호사로서의 윤리란 무엇일까? 누가 내 앞에서 자백을 한다면 변호사로서 조력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뭘까?
어려운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치환해서도 생각해보고 이래도 보고 저래도 보고. 소통이 중요하고, 내 양심이 중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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