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의) 동기福
1_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한창 유행할 때 친구들 중 상당수가 다른 친구들과 다니는 의사선생님들을 부러워했다. 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친구들과 회사를 다니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을 알았다. 입사도 친구들 떼거리와 손 잡고 같이 했고 1년차 끝나고 여행 갔고 맨날 같이 놀고 친구 다 겹쳐서...그게 당연한 줄. 가장 편했던 것은 눈치 안보고 다른 사람 말해도 된다는 것(오예). 회사 밖에까지 나가서 친구 만날 필요 없다는 것. 시간 될 때가 언젠지 아니까 자꾸 찾아가도 된다는 것. 하다가 다른 팀에 잘 모르는 거 생기면 일단 물어볼 수 있다는 것.
2_ 내 맘대로 광의의 동기(마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라고 생각하는 내 위 +1년차 / 내 아래 -1년차 변호사님들을 잘 만났다. 도망간 우리팀 1년차 선배님ㅋㅋㅋ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짜 친하게 잘 지낸 거 같고(선배님 저 이직 시켜주세요) 다른 팀 언니두 내 정신적 지주....(언니 우리는 아마 다른 팀이라 사이가 좋은 걸까?) 내 아래 -1년차 우리팀 변호사님들(다른 팀 변호사님들은 입사 하기 전에 이미 많이 친한 상태였음)은 다 나보다 오빠들이었는데, 진짜 한번도 나이 허세 사회생활 눌러찍기 등등 하신 적 없고 늘 엄청 깍듯하고 나를 배려해주셨다. 진짜 나 천둥 벌거숭이었는데.. 매번 존중해주시고 아껴주셔서 감사할 따름.
# 선배福
1_ 선배복은 리얼 타고났다(고 자부한다). 성북동 비둘기들....후배들까지 다해서 성북동 비둘기라고 하시지만 글쎄요 제가 봤을 땐 선배들도 다 성북동 비둘기(마음이 짠함). 마음이 흔들리거나 업무 변경 유혹이 올 때마다 비둘기들이 최고시다 하면서 그대로 stay(업무가 나랑 어울리는지 모르겠는게 함정).
2_ 물론 1년차 때부터 잘 지낸 건 아니고(나는야 세월을 거슬러 온 지옥의 90년대생),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갈등 안한다고는 못한다. 내가 많이 수그러들긴 했지만.....지나간 반항세월 생각하면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3_ 아가 때부터 일관되게 고마웠던 선배(겸 사용자겸 상사)들의 면면을 생각해보면, 모르는 거 하나씩 다 앉아서 첨삭하면서 가르쳐주던 S선배, 내가 뭔 사고를 쳐도 어떻게든 대충 다 막아서 해결해주던 K선배, 멍멍이 소리도 일단 경청해주고 내가 오탈자 하나라도 고쳐서 돌려 드리면(이분은 꼭 초안 고친 다음 꼭 의견 달라고 다시 보내곤 하셨다) 좋아하시던 J선배, 내가 우기는 소리 10번(업무 내용 이야기 아니고 이래라 저래라 행동 양식 같은 거..?)쯤 하면 그래도 10번 후에 그래 니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며 받아들여주시는 L 선배.....워메 저 전생에 무슨 복을 타고난 건가요. 물론 사람이니까 모든 면이 완벽히 좋다곤 못하는데, 그래도 좋은 다양성 패키지가 있는 것 같아서 기쁨.
4_ 이런 선배들이랑 일하면, 뭐 친절하게 한개씩 다 알려주시는 분은 사실 지금 4명 중 1명이니까 ㅋㅋㅋ직수입으로 배우거나 성장하는 것은 굉장히 적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도 따라다니면서, 고객이랑 말하는 데 다 알아들을 때, 티키타카가 엄청 잘되어서 촥 말하면 짝 그건 아니야! 할 때, 쟁점 착착 생각해낼 때, 사고 치고 나서는 손발 잘 맞을 때, 연차에 안맞지만 작은 딜을 PM 격으로 끌고 나갈 때 굉장히 변호사로 크고 있고 배우고 있고 성장하고 있고 나도 동료라는 근자감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후배福
1_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인데, 올해가 되고 보니 나 정말 후배 복까지 넘쳐 흐른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 잘난 맛 + 내가 초안도 쓰고 내가 검토도 하고 내가 뭐 아무튼 북치고 장구치고 다해서, 후배들이 착하고 참 성실하고 훌륭하네 정도의 감상이었다. 그런데, 올해가 되니 후배들에게 역할도 많이 넘어가고 내가 휴직하겠다 난리 부르스를 쳐서인지 나에게 초안이나 잡다한 것들은 배당이 잘 안되면서 후배들 첨삭하고 취합하고 쪼고 같이 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오마이갓 후배들 진짜 작년에 막연하게 참 훌륭하네 이게 아니라 진짜진짜 너무너무너무 훌륭함......
2_ 난 이제 리서치 못하겠는데, 리서치도 잘하구.... 난 이제 초안 못 쓰는데 초안도 잘쓰고..... 난 기간 못 맞추는 멍멍이인데 기한도 잘 맞추고....어화둥둥 ㅠㅠ 내가 틀린 것까지 잡아다 줌!! 일도 나보다 훨씬 많이 하구.......위기의식을 가져라 멍청아ㅠㅠ
3_ 나보다 바쁘면서들 심지어 내가 망친일과 유리멘탈처럼 산산히 깨져버린 멘탈까지 내 탓이 아니라며 (아니야 내탓인데ㅠㅠ) 위로해줌 진짜 천사들........어떻게 감성적으로까지 훌륭하지?!?! 이 매마를 수밖에 곳에서!!!
4_ 그래서 아무튼 쭉 돌아보면서 반성하고 있다. 나는 후배들에게 좋은 지시와 첨삭(내가 생각해도 쓸데 없이 집착해서 고치는 것도 많음)과 기한 맞춤과 배려와 고객/선배와의 조정을 해주고 있나? 내가 이제 후배들보다 멍청한 것 같은데...누가 누구거를 보고 고치고 있담.... 정서적으로 지지는 해주고 있나? 내가 좋아했던 선배들의 요소를 나는 얼마나 잘 닮았을까. 좋은건 배우기 힘들어도 못된 걸 배우기는 너무 쉬운데 선배들의 할말하않 요소만 닮은 건 아닐지.
5_ 그래서 나는 힘드니까 하산하면 안될까(미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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