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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나의 변호사 생활기: jot down

6년차 단상1

by 적일행 2021. 3. 10.

내가 예전에 선망했고, 또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새 나이를 먹어서인지 그냥 지쳐서인지 예전보다 이글이글이 기질이 많이 줄어들어서 한 수 한 수가 버겁고 힘들다. 지금도 소시민이기는 한데, 계속 노력하고 갈고 닦으라는 말을 좀 그만 듣고 싶다고 할까. 일의 흐름을 타거나 흐름 자체를 내 것으로 가져오지 못하고 점점 끌려가고 있었는데 시간 주권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든다.

본투비 사업가보다는 월급쟁이, 1인자보다는 2인자를 선호하는 것 같은데, 동시에 재밌게 일하고 싶고, 이직하거나 크게 drift하려는 노력은 귀찮고, 그렇다고 새로운 걸 열심히 하고 싶은 기분도 잘 안 든다. 일정 수준으로 외국어 스킬을 습득하고 나면 준원어민이 되기 위한 마지막 한 끝의 노력은 잘 하지 않는데, 이런 성향이 업무 태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제 이 정도면 내 성에 찰만큼은 한 것 같아서 자꾸 노력을 덜하게 된다. 한 순간 아 이정도면 되었지 왜 이랬다가 다음 순간 고객과 선배와 후배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가 오락가락.

고민과 생각 없이 뚝심으로 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커리어가 잘 쌓일 것도 같고 모든 것은 운칠기삼이라 걱정하나 마나인 것 같은데, 근심 걱정과 미리 계획하기로 가득찬 인간이라서 내 삶이 어디로 가는지, 내가 원하는 게 이것은 맞았는지 자꾸 반문하게 된다.

직업과 직장을 소거법 유사하게 골랐는데 여기서 뭘 바꾸자니 소거법으로는 다시 이 자리라서, 그런데 이 자리가 예전만큼 크게 행복하지 않아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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