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리서치 팁이나, 뭔가 유용했던 경험들을 쓰려고 만들었는데, 막상 키보드를 잡고 보니 태도로 채워질 것 같은 불안함이 스멀스멀 몰려옵니다. 이것이 바로 요즘의 젊은 꼰대! 첫 시작 단추를 잘못 꿰면 업무 태도로만 채워질 것 같아서 그래도 조금은 쓸모 있어 보이는/실질적인 경험에 가까운 콘텐츠로 채워보려고 합니다. 2019년 여름에 다녀온 American University의 English for Lawyers Program입니다.
변호사가 된 이래로 영어로 글을 쓰는 업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딱히 해소할 수가 없어서 계속해서 조금씩 갈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두려워 하고 일을 안하니까 잘 안 늘더라고요. 사실 어차피 지금 다니는 법인에 영국/미국/호주/뉴질랜드 등 영미계 변호사님들이 많으셔서, 제가 영문을 직접 draft해야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고객과의 간단한 e-mail communication이나, 해외 현지 변호사들과의 간단한 의사소통, 아주 짧은 영작 정도는 늘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business English와는 조금 또 다른 면이 있는게, Business English는 필요한 사람이 많으니(사실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어디에나 필요한 면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면 e-mail 정중하게 쓰는 법 등등해서 많은데, 제가 눈동냥으로 보니까 법률 분야에서는 영어 E-mail 작성이나 문장구성들이 아예 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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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부지런히 공부하는 것만으로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고, 그렇다고 영미 변호사님들을 늘상 괴롭히기도 많이 미안했습니다(물론 여전히 괴롭히고는 있습니다 하하). 그 과정에서 미국 Law Seminar 프로그램들을 발견해서 이리저리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Summer Program은 주로 동부 사립학교들 위주로 있어서 비쌉니다. 매우.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는 길이 돈을 아끼는 길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Yale의 Law Seminar 프로그램(https://summer.yale.edu/academics/law-seminar)이었는데, 이건 무려 5주나 해서 도저히 휴직 없이 갈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고 허용이 될 것 같지를 않더라고요. 아무리 휴가를 몰아쓴다고 해도 2주 정도가 최선인 듯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학교들이 pre-LLM / International Student를 위한 여름 방학 코스들을 열고 있었는데, 저는 E-mail writing과 contract 일반 정도가 관심사이고 (코스에 흔히 포함되는) constitution 같은 부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요. 1주일의 짧은 휴가를 여기에 헐어야 하는데 target과 조금 거리가 먼 코스를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Search를 하다보니까 발견한 것이 미국 Washington D.C.에 있는 American University의 "English for Lawyers Program"입니다. 숙소는 별도 돈을 내면 학교 기숙사에 머물 수 있습니다. American University 자체가 DC에서 중심지는 아닌 곳에 있기는 해서 기숙사 살았는데, 어차피 기숙사와 법대도 멀어서(반대로 법대는 지하철과 가까움) 그냥 호텔에 묵을걸 그랬다고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수업이 오후 3시에 끝나는 데다가, 별로 기숙사 메리트가 없더라고요).
- 참고링크는 여기: https://www.wcl.american.edu/impact/initiatives-programs/english/
Legal English Programs
English for Lawyers Registration Opens December 1, 2019 for the 2020 Summer Program! (Seats are limited and availability changes daily) July 6 - 23, 2020 July 6 - 9: Basics of the U.S. Legal System and U.S. Legal Analysis July 13 - 16: U.S. Business law
www.wcl.american.edu
참고로 제 돈 내고, 제 여름 휴가에 갔습니다. 미국 비행기표, 등록비, 기숙사비 (그리고 제 술값..?) 등등을 다시 생각하니 미친 사람이 따로 없네요. 이 프로그램 갔을 때 다른 학생들 반응도 "왜?" "여름휴가라고?" 였습니다. 왜 그랬던 것일까요.... 그러나 제 나름대로 그때 당시에는 굉장히 만족했고, 여느 때처럼 좋은 휴가, 좋은 리프레쉬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총 3주짜리 프로그램이었는데, 장점은 각 주수별로 수업을 나누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물론 나누어 들은 사람은 class 전체를 통틀어서 저뿐이었습니다). 1주는 미국법 기초(제가 듣기 싫었던 헌법 수업), 2주는 buisness e-mail과 계약 등에 관한 수업, 3주는 말하기 수업으로 구성되고 담당자 분께 가서 여쭤본 바로는 매년 내용이 대동소이하게 구성된다고 합니다. 제가 원하는 주제가 딱 2주차에 있어서, 2주차 수업만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American University가 잘 안 알려져 있기도 하고 Washington DC에는 다른 law school도 많고, 이 프로그램 자체가 애매하다면 애매할 구성이기도 해서 주된 참가자들은 남미에서 온 변호사/로스쿨 학생들, 그리고 중국 자매결연으로 온 법대생들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많았어요. 중국 법대생들 제외하면 아시안은 저와 일본에서 법무팀에 다니고 있는 직원 정도였고요. 남미 학생들이 많아 스페인어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저는 1주차를 안듣고 가서 사람들을 잘 모르니까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수업 들으면 일단 기본 오후 3시이고, 중국 법대생들 빼면 다 나이대가 꽤 있어서 수업 시간에는 나름 잘 지냈습니다. 억지로 말을 서로 시키는 분위기이도 했고요. 사실 같은 방을 쓴 칠레 출신 로스쿨생이 정말 말을 잘하고 이해도가 높아서 좋았는데(영어도 굉장히 잘했어요), 다른 학생들 중에는 너무 저학년이어서 아예 이해를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변호사들/실무경험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어느 나라이던지 좀 쉬운 내용이라고 생각한 것 같고요. 내용 자체는 정말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들은 프로그램 syllabu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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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걸 어떻게 다한다고 싶으실 수도 있는데, 일단 주제가 어렵지 내용은 별로 "안" 어렵습니다. 제가 4년차 때 들었는데, 딱 적절할 때 들은 것 같아요. 계약서를 몇 번 보기는 해서(draft와 revision 모두 해보았고 협상 경험도 있었음) 대충 계약 구조를 모두 아는데, 다만 영미법을 전혀 몰라서 그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어서요. 열심히 공부할 생각으로 가지는 않았기 때문에(휴가를 즐기려는 목적도 사실 컸습니다) 수업 준비 별로 안하고 가도 대충 어떤 의미인지 알아들으면서 내용 summarzie / 복습 / 스스로 정리가 모두 가능한 상황이라서 굉장히 만족도가 컸습니다. Homework가 있고 이건 전부 다 첨삭해주시고 다시 첨삭까지도 해주시는데요. 본인이 부지런하면 첨삭 2번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중간에 이메일 발송 문제가 있어서 1번밖에 못 받았는데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저희 조 담당이셨던 할머니 변호사님은 법률 영어 교육 전문가였는데, 이분이 직접 첨삭해주는지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할머니 변호사님은 transaction 경험은 적으신 california 변호사님인데, 중간에 "Contract Lecture" 부분은 DC에서 transaction을 정말 많이 하고 계신 젊은 파트너 변호사님이 해주셔서 중간중간 할머니 변호사님이 lecturer와 상의해 보기도 하는 등 보완을 위한 노력을 정말 많이 하십니다. transaction 경험이 많지 않으셔서 조언 중 일부는 걸러 듣기는 했습니다만 법률 영어 교육을 많이 하시는 분의 조언이라 큰 도움이 되었어요.
영어교육 위주로 하는 분들과 변호사들이 적정히 섞여 있어서, 필요한 자료들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제 필기 내용인데, 알아보실 수 있을 지는 모르겠네요. 게다가 영어로 말하는 것을 받아적으려니 뇌에 혼란이 와서...어떤 건 학국말로 어떤건 유치원생 같은 영어로 또 어떤건 broken English로 기재했습니다. 영어 잘하시는 분들께는 사소한 것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사소하지만 유용한 것들을 많이 얻어서 꽤 만족스러운 휴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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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가 연차가 더 낮았다면 조금 어려웠을 듯하고, 연차가 더 높았다면 너무 심심했을 것 같습니다. 주제를 보면 아시겠지만 갑자기 중간에 주제가 확 튑니다. 협상 연습이나 계약서 모두 쉬운 것을 주제로 선정해서 하는데 - 부동산 임대차, 매매 등등 일상 생활이 소재임 - 실제 그 뒤에 담긴 이론적 설명을 M&A나 거래로 연결지어서 생각하려면 연차가 더 높아야 할 느낌입니다. 다만 주제에 비해 소재는 쉽습니다. 그래서 너무 연차가 높으면 완전 노잼일듯합니다.
수료하면 수료증도 줍니다. 우와 의미없다! 비싼 종이 쪼가리!
한 가지 불편했던 점을 꼽자면, AU가 속한 Tenley Town 근처에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 같고 다시 돌아가면 기숙사를 선택 안했을 듯합니다. Tenlye Town에 뭐가 있긴 있는데 뭔가 애매합니다..저는 그냥 Whole foods 가서 빵 사먹거나 과일 사먹는 길, Starbucks에서 먹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게다가 맨날 오후 3시에 끝나면 밖으로 튀어나가서 혼자서 술사먹고 굴먹고 관광하고 난리도 아니었거든요. 여름 DC는 더워서 오후 3시는 관광하기가 너무 불편해서, 방에서 쉬다가 밤에 나와서 놀고 그런 적도 있는데(사실 너무 늦게까지 혼자 맥주랑 술마시다가 지하철 거꾸로 타서 다시 택시 타고 가고.....네...제 잘못...) 방이랑 기숙사가 멀어서 불편하더라고요.
하여튼 오랜만에 주입식 교육 받으니 한국인의 피가 들끓어서(!) 참 좋았습니다. 주입식 교육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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