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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속도와 방향/편식성 독서

밀리의 서재 - 불편한 편의점

by 적일행 2022. 2. 7.

이번달에는 책을 많이 읽기로 하고 밀리의 서재를 긁었으니(모든 구독 서비스는 월 단위로 결제했을 때 2월에 결제하는게 가장 아까운 기분이 든다), 강원도 여행을 가는 열차 안에서 책을 한 권 읽기로 했다. 심각한 건 싫고, 밀리의 추천 서비스는 나랑 딱 맞는 기분은 아니어서(혹은 내가 이제 몰입을 잘 못하는 사람이 된 것일지도) 최근 베스트셀러로 기재된 것 중 가벼운 소설을 골랐다.

 

 

제목은 불편한 편의점. 본인 생계에 큰 걱정은 없으나 돈을 까먹을 수 없어 교사 퇴직 연금 중 일부로 편의점을 차린 여자 사장님이 서울역에서 지갑을 잃어버렸고, 사연있는 노숙자 "독고" 씨가 지갑을 주웠다가 사장님의 온정 아래에서 알콜성 치매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926010

 

불편한 편의점

※ 인터넷 한정 특별판: 매장 구매, 바로드림 구매 시에는 기존 일반판 표지와 랜덤으로 제공됩니다.원 플러스 원의 기쁨, 삼각김밥 모양의 슬픔, 만 원에 네 번의 폭소가 터지는 곳!힘겨운 시대

book.naver.com

 

사적으로는, 엄청 깊은 울림을 준다거나 새롭다거나 충격적이라는 기분은 들지 않았지만, 그냥 별 마법 없이도 우연과 진심들이 만나서 잔잔하고 묘하게 얽어들어가는 상황들이 괜찮았다. 뉴스를 보거나 어딜 가도 집값이 천정부지다, 뭐가 힘들다 등등 날카롭고 부정적이 기운한 코멘트들 사이에서 그냥 따스한 동네 이웃들의 이야기나 희망으로 어떻게든 풀어나가는 지점들이 위로가 된달까. 현실이 퍽퍽하고 팍팍하면 자꾸 갈등없는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는데 약간 그런 느낌이랄까. 


산해진미 도시락

노숙자 독고씨가 불편한 편의점에 나타나게 될 때까지의 에피소드.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공무원 준비생 시현은 점심 시간에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데, 야간 알바를 맡을 독고씨에게 인수인계를 해주어야 한다. 편의점 실무 교육을 하는데, 독고씨는 이걸 유튜브에 올려보라고 한다. 시현은 그 유튜브 영상 덕에 다른 편의점의 점장으로 스카우트 된다. 시현이 그만두면서, 독고씨와 아침 담당 오여사의 접점이 생긴다. 


삼각김밥의 용도

오 여사는 독고씨를 못마땅해한다. 그녀에게는 한 때 대기업에 잘 나가던 아들이 있는데, 아들이 요새 하는 짓이 영 시원치 않다. 독고씨는 아들에게 삼각김밥(게임할 때 먹기 편하라며)과 편지를 건네라고 한다. 


원 플러스 원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편의점에서 참참참세트(참깨라면-참치김밥-참이슬)로 하루의 어려움을 달래는 가장이다. 그에게는 쌍둥이 딸이 있다. 원플러스원 초콜릿을 사가면서 마무리되는 장인데, 쌍둥이-원플러스원이라는 이어짐이 좋았던 화.


불편한 편의점

파리의 연인 이후로 (ㅋㅋㅋ) 익숙해진 구조인데, 극작가가 독고씨 이야기로 극을 쓴다.  이게 마지막 화가 아닌 점이 특이한 점인가. 


네 캔에 만 원

사장님 아들의 이야기다. 어디서 사기도 잘당한다.  엄마의 편의점이 필요하다. 엄마랑 처음 맥주를 마신다.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사장님아들이 독고씨의 미행 및 독고씨를 편의점에서 쫓아내라는 지시를 전직 경찰관 현직 흥신소인 곽에게 내린다. 곽은 미행사실을 들킨다. 독고씨는 본인이 떠날것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곽은 편의점의 새로운 알바가 된다. 


ALWAYS

독고씨의 정체가 나온다. 독고씨는 의료봉사를 하러 코로나가 한창인 대구로 떠난다. 


그냥 가볍고 무난하게 읽기 좋았던 책. 엄청난 감동을 기대해서도 안되고, 장류진과 같이 시니컬함과 날카로움이 흐르는(현실 반영형?) 위트를 기대해서도 안되는 것 같다(물론 중간중간 소소한 잽은 당연히 있다). 그냥 시간 떼우며 따뜻함을 느끼기 좋은, 내 기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류의 책이었다. 한권을 읽으면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유사한 류의 책을 읽으면 그냥 초콜릿을 계속 먹으면 너무 달아서 뭐가 무슨 맛인지 잘 구별할 수 없게 되는 그런 책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