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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간 읽은 책들 중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더불어 내 컬렉션의 가장 상위에 놓고 싶은 책이다. 내가 예견한 방향이나 흐름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렇다고 미친 꼬인 구조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예기치 못하게 훅훅 들어 오는 부분이 있는, 그러나 또 그 나름의 사고들이 모두 이해가 되는 신기한 책. 재미있는 책을 한동안 발굴하지 못해서 옛날 희망차고 밝은 고전만 재탕 삼탕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진짜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번역도 정말 잘된 책인 것 같다 술술 읽히는 것을 보니.
그러나 술술 읽히는 것에 비하여 담긴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간의 삶의 의미, 그리고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서 생각할 구석은 매우 많다. 가장 좋은 글은 심오한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작가는 매우 성공한 글쓰기를 했다.
이 책의 시작은 과학자인 아버지가 전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 그리고 개체인 화자가 얼마나 하잘것 없는 존재인지 지적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저자가 과연 인간은 별 것 없는 존재인가 - 그렇다면 왜 열심히 하나라는 질문에 관한 답을 데이비드 스타 조단의 이야기에서 찾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지막까지 이야기는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와 데이비드 스타 조단이라는 물고기 분류학자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이 된다.
처음 시작할 때 데이비드 스타 조단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는데, 미리 그 이야기를 접하지 않고 책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단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저자의 솜씨가 정말 수준급이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이 복잡다단한 면이 있는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예기치 못하게 훅하는 충격들이 들어온달까.
허망하고 우리의 직관에 반하게도 "어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직관에 의하여, 편의에 의하여 그냥 뭉뚱그려 부르는 이름일 뿐. 엄밀한 의미의 "어류"는 없는 것이다. 이 충격적인 성찰과 데이비드 스타 조단의 어두운 면(저자는 중간중간 어두운 면은 무엇일까라고 했지만 그런 어두운 면인지는 몰랐지)이 결합하면서 이야기는 끝까지 정말 방심할 구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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