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140 6년차 단상2 오랜 친구 JY이와 DW이가 나에게 말하길,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괴롭기도 한 것 같다고 생각을 조금 덜어보라고 했다. 늘 고민이 많고 치열하게 걱정하고 사서 근심하는 스타일인데, 그래 니들이 날 오래 보기는 했구나, 나는 이제 조금 걱정을 덜하고 모든 것을 좀 덜 심각하고 조금은 캐주얼하게 받아들이자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연수를 간 선배와 연락을 했는데, 어떤 공간을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그 사랑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고, 적당한 거리두기와 선지키기가 꼭 필요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드라마퀸처럼 사랑하지 말고,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거칠고 성근 마음을 강요하지 말아야지. 근래 들어 괴로움과 편안함이 공존한다. 괴로움은 글쎄, 이래도 될까 싶은 - 그래도 아직 과거의 나의 습성을 져버리지 못한 탓이라.. 2021. 5. 14. 여백서원을 방문하고 나서 5월 1주 내내 합병 일정 하나가 꼬여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다. 고작 날짜 하루를 잘못 센 것인데 고작 하루 잘못 세었다기에는 일이 객관적으로 많고 아주 복잡해서 매일 밤을 세우고 이런 건 아니었는데, 업무 시간에 계속 전화를 받아야 하고 해결책은 뾰족히 안 보이고 결과적으로 머리 싸매고 이러니 저러니 고민하느라 시간을 온통 지새웠다. 고작 날짜 하루 잘못 세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내 잘못이고 내 잘못이로소이고 또 잘 해결될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동시에 몹시 매우 많이 괴로운 것은 또 어쩔 도리가 없다. 꽁기꽁기한 마음가짐으로 한주를 꾸역꾸역 살아내고 나니, 하루에 수면 시간이 평균 4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타임이나 많이 나오면 억울하지나 않지....도저히 못견디겠어서 금요일 오후에 드디어 내.. 2021. 5. 10. 6년차 단상1 내가 예전에 선망했고, 또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새 나이를 먹어서인지 그냥 지쳐서인지 예전보다 이글이글이 기질이 많이 줄어들어서 한 수 한 수가 버겁고 힘들다. 지금도 소시민이기는 한데, 계속 노력하고 갈고 닦으라는 말을 좀 그만 듣고 싶다고 할까. 일의 흐름을 타거나 흐름 자체를 내 것으로 가져오지 못하고 점점 끌려가고 있었는데 시간 주권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든다. 본투비 사업가보다는 월급쟁이, 1인자보다는 2인자를 선호하는 것 같은데, 동시에 재밌게 일하고 싶고, 이직하거나 크게 drift하려는 노력은 귀찮고, 그렇다고 새로운 걸 열심히 하고 싶은 기분도 잘 안 든다. 일정 수준으로 외국어 스킬을 습득하고 나면 준원어민이 되기 위한 마지막 한 끝의 노력은 잘 하지 않.. 2021. 3. 10. 결국 휴직을 했다 생각을 하다 하다 지쳐서, 그리고 해소가 절대 안될 눅진한 생각들이 들러붙어서 나의 체력을 너무 앗아가고 있는지라 결국 한달 휴직을 감행했다.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할 힘도 없고, 훌륭한 직업인이고 싶었던 이유가 뭔지 동력을 잃었고, 내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점점 흐려지는 순간이다. 책임은 커지고 의무는 늘어나고 있는데,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한 생각은 없으면서도 남의 방향성에 탑승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 남을 설득할 힘도 없는데, 이런 감정들이 눅진하게 달라붙어서 지쳐서 쉬어 가기로 했다. 쉬기로 결정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걸 결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지쳤는데, 막상 결정하고 나니 홀가분하다. 우울증 검사 문항 중에 "미래에 대하여 기대가 되는지"에 관한 것이.. 2021. 3. 1. 토스능력과 capacity 모든 법 분야의 숟가락을 얹으려는 것도 자신의 실력을 파악 못한 꼴불견이지만(지금 이 글의 주제는 아님), 어떤 분야는 자신의 업무 분야가 될 수 없다/아니다라면서 지레 겁먹고 다섯 발자국쯤 뒤로 빠지는 태도도 영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여러 법률전문가들과 함께 할 때에는 내가 잘할 영역, 할 수는 있는 영역, 해야 하는 영역을 잘 파악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검토를 넘기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 여러 법률전문가 팀으로 구성된 곳에서 업무를 하면서 이 부분은 남에게 토스해야 한다는 감조차 키우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매우 큰 문제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의 capacity와 자기 동료들의 capacity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 그러나 그렇게 넘기려고 할 때 다시 .. 2020. 4. 3. 이창희, 세법강의, 1장 학교다닐 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세법 수업 들을 걸 그랬다. 그래도 나름 학점 꽉꽉 채워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세법 안들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매년 커진다. 아쉬운 대로 이창희 교수님 세법강의를 (작년에 사서 올해야 비로소) 읽으려고 꺼내 들었는데, 1장에 쓴 멘트들이 너무나 내 스타일이어서 아쉬움이 더욱 커짐..1장에서 이미 팬심 생겨남.. - "이번 학기 강의에서 배운 것을 다 잊어버리더라도 세금이 정말 중요하구나, 이것 하나는 기억하라. 살다보면 참말로 덕볼날이 있으리라" (3p) - "사실 민사법이 중요한 까닭은 민사법 지식 자체보다도 민사법을 통한 훈련 때문이다. 민사법은 이미 2천년의 역사를 거쳐 가장 안정적 법률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법률가를 훈련하기에 가장 좋은 법이다. 이때.. 2020. 4. 3.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