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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나의 변호사 생활기: jot down70

그냥 그저 그런 근황 일하기 싫어 자아는 나의 인스타에만 남겨두려고 했는데, 일이 싫다는 이야기를 또 입버릇처럼 하게 된다. 일과 약간 거리 두기를 하면 일을 해야 재밌게 살지 싶다가도, 일과 거리가 가까워지면 하기 싫다. 멀리서 보아야 예쁜 것들이 바로 일들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일 덕후일 수도 있겠다 아픈 동안 장류진의 이라는 책을 읽었다. 일에 미친 나같은 인간에게 아주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 책의 가치를 너무 떨어 뜨리는 것 같은데, 지금 이 시대를 사는 20-30대 직장인이 느끼는 바를 아주 적절하게 언어화했다는 점에서 시대물로서의 가치가 있고(몇백년 후에 2010년대 ~ 2020년대의 삶을 그리는 현실적인 사료로 쓰일 수 있을 것 같은 디테일함이 있다), 크게 대단한 이념을 추구하는 것은.. 2020. 3. 11.
개구리는 올챙이 적을 모른다. 내 연차는 어느덧 5년차. 나이는 서른. 처음 변호사가 되었을 때는 20대 중반이었는데(네, 자랑입니다) 이제 앞자리가 바뀌었다. 게다가 후배들이 밑으로 줄줄이 달려 있다(물론 후배들에게 내가 무슨 insight를 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냥 연차가 위일 뿐). 아직 성체 개구리는 못되었는데 올챙이 정도는 탈출한 것 같다. 겨우 올챙이를 탈출한 주제에 개굴개굴 울기도 잘도 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서, 애석하게도 금방 까먹는다. 내가 얼마나 못했었는지, 나는 얼마나 못난이었는지, 그리고 10초 전에 내가 얼마나 똥같은 의견서와 계약서 초안을 선배에게 던졌는지....이 얼마나 편리한 기억력인가. 예전에 선배들을 보면, 선배들이 올챙이 시절 기억을 못하네! 싶었는데 요즘 보니 내가 더 심하다. 바로 내.. 2020. 2. 19.
존 버거, A가 X에게 "아무리 좋은 법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어설픈 구석이 있다. 그래서 그 적용을 놓고 문제 제기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실천이 법의 어설픔을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한다. 불의를 합법화하는 악법들이 있다. 그런 법은 어설프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 법들이 적용되면 그 법들이 강요하려는 바로 그것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법들에 대해서는 저항하고, 무시하고,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물론, 동지여, 그런 법들에 대한 우리의 저항은 어설프다." 2020. 2. 18.
뫼비우스의 띠 1년차 때, 4년차이던 선배에게 일이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3년이나 버텼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때 선배가 남긴 답이 정말 명언이었습니다. 로펌 자문 변호사 일이 정말 뫼비우스의 띠 같아. 바쁠 때는 너무 바빠서 "아 바쁜 거 끝나면 다른 데 원서 써야지" 생각하다가, 바쁜 게 한 텀 끝나서 조금 쉬는 기간이 되면 몸이 편하니까 "이 정도면 할만하네"하면서 힘든 거 까먹는다? 이게 계속 반복되는 거야 그냥.... 선배의 이야기는 저에게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저도 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지난 달만 해도 퇴사를 꿈꿨는데, 이번 달 휴가가 다가오니까 뫼비우스의 띠의 다른 국면에 접어 들어서 더 다녀도 되겠다 싶습니다. 1년차때부터 이렇게 사소하고 잔잔하게 흔들리는 절 두고, 다른 선배가 한 말. 너는 내진.. 2020. 2. 16.